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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3년

서체와 마케팅

20세기 초 마케팅은 수요를 관리하는 단순 영역으로 정의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마케팅은 과거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은 고객의 미래의 욕구를 먼저 알아채 상품을 기획하여 고객의 욕구를 표면상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기업의 일관된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기업은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수많은 재화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이루어지기 전 철저한 사전 준비도 중요하다. 제 아무리 훌륭한 상품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고객은 외면할 것이다.

 

요즘은 일상 속의 사소한 많은 요소가 기업을 알리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서체(font) 또한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람 개개인마다 자신의 고유의 서체가 있듯이 기업도 고유의 서체를 이용하면 곧바로 해당 기업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서체는 고객에게 가장 먼저 인식이 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기업의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글자는 우리가 매일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늘 읽고 쓰면서 사용하는 시각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보다 기업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수단이 있을까 싶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기업은 감성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업의 전반적인 이미지와 브랜드를 감성적으로 소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감성마케팅의 일환으로 디자인 경영에 힘썼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디자인(로고 디자인 및 제품 디자인 등)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였고, 특색 있는 기업 서체를 제작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회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글자나 문구 하나만 봐도 어떤 기업인지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부 대기업에서 시작했던 서체 마케팅이 지금은 벤처기업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대다수 기업에서 서체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전달 도구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조선Biz에 따르면 서체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 하는 기업은 현대카드이다. 현대카드는 자신들이 2004년에 개발한 유앤아이(Youandi)’ 서체를 활용하여 기업 전반에 걸쳐 회사 로고, 문서, 그리고 광고 등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현대카드 마케팅 관계자에 따르면 수많은 카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현대카드만의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브랜드 저체성을 찾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고 전용 서체를 만들었다. 서체명도 고객과 현대카드를 연결해주는 대화의 도구란 뜻을 담고 있는 ‘Youandi’ 로 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KT가 서체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다시 한 번 조선Biz에 따르면, 2009KT는 디자인 경영의 일환으로 전용 서체인 올레체를 개발하여 요금명세서, 명함, 달력 등 각종 인쇄물과 광고, 인터넷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한글 서체로서는 최초로 글로벌 디자인 대전인 독일  ‘iF Design Award 2012’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KT는 마케팅 전쟁이 매우 치열한 통신업계에서 로고와 기업 고유의 색만 가지고는 충분히 브랜드를 차별화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어 좀 더 차별점을 두기 위해 서체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외국기업들은 일찍이 서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서구기업에서는 전통적으로 문자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이 많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애플(Apple)’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지만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 시절 수업에 큰 흥미가 없었는데, 딱 한 수업에만 예외적으로 관심이 깊었다고 한다. 그 수업이 바로 ‘Typography(타이포그래피; 편집 디자인에서 활자의 서체나 글자 따위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였다. 이렇게 대학 수업에서 익힌 서체 지식을 컴퓨터 기술과 접목함으로써 사무용 기기에 불과하던 컴퓨터가 데스크탑 퍼블리싱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뒤로도 애플사는 계속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용 서체를 개발하였다. 지금도 애플사의 컴퓨터를 이용하면 다양한 서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애플사는 본사에서 직접 만든 Garamond 서체와 Myriad 서체를 회사의 대표서체로 사용하면서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과 함께 독창적인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견고하게 구축했다. 애플의 영향으로 다른 세계적인 기업들도 전용 서체를 지정하거나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서체 마케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서 서체 마케팅을 이미지 중심으로만 표현하고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강한 정보전달이 필요한 광고나 CI(Corporate Identity) 위주로만 많이 활용하고, 서체를 통한 장기적인 기업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기업들은 고객의 반응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 ,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기업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서체를 보고 처음부터 한눈에 어느 기업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동일한 서체를 이용하면 기업의 일괄된 기업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서체가 고객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고 장기적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

서체 마케팅은 항상 효과적일까?

 

서체 마케팅은 항상 효과적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서체 마케팅을 이용하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여러 이유들 중 가장 큰 문제는 한글 서체 마케팅이 아직 활성화가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글은 알파벳만큼 서체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한글이 알파벳보다 복잡한 구성을 가진 문자여서 서체 제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글 자모를 결합한 기본 2,350자가 필요하며, 조합형 8,822자까지 포함하면 총 11,172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 서체를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걸쳐 서체를 만들었어도 고객들이 인식을 못하고 기업 이미지 차별화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기업 고유 서체를 개발한 후 외부에 배포하지 않는다. 서체가 널리 쓰일 경우, 기업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리따체를 배포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존재를 쉽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 아리따체의 역할이 컸지만, 대중에 널리 퍼져버려서 정작 기업의 고유 이미지를 정착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포털 회사들

 

다양한 기업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마케팅 현장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한층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에서 서체 마케팅은 기업의 브랜드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기 쉬운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고객이 인식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기업은 철저한 준비기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서체를 이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시도 한다면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전혀 없는 무의미한 마케팅이 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