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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뮤지컬에서의 스타마케팅, 그것이 알고 싶다



스타들의 뮤지컬 입성기

얼마 전, 저는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다 우연히 제 앞에 선 버스를 보았습니다. 제 눈을 한 번에 사로 잡은 건 바로 배우 엄기준씨의 얼굴! 버스에는 뮤지컬 삼총사광고가 큼지막하게 실려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엄기준씨의 존재는, 이미 그 연기력이나 노래실력(그리고 매력)이 검증되었으니 그 뮤지컬의 내용이나 비싼 티켓 값도 상관이 없다는 마음까지 들게 했습니다. 이렇게 저를 사로잡은 엄기준씨의 예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내세워 공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것을 뮤지컬의 스타마케팅이라고 합니다.

2006년 공연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조승우는 당시 한국 초연이었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객 점유율을 끌어내며 뮤지컬을 대중에게 한 층 더 가깝게 선보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승우의 영입으로 성공한 지킬 앤 하이드의 사례를 본 뮤지컬업계는 이후 많은 스타들을 무대에 올리게 됩니다. ‘아이다의 옥주현, 잭더리퍼의 신성우’, ‘안재욱’, 모차르트의 시아준수’,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등이 있고, 이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왜 뮤지컬에서의 스타마케팅인가?


공연예술계에서 뮤지컬은 사실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장르는 아니었습니다
. 처음 뮤지컬의 시작은 해외 뮤지컬의 수입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순수 창작극은 찾아보기 힘든 뮤지컬 계에서 대형 뮤지컬의 열풍은 뮤지컬이 예술이냐 산업이냐 하는 논쟁을 불러왔고, 그러한 논쟁의 결과로 산업과 예술에 대한 명백한 구분과 차별화한 지원을 가능케 했습니다.

 

뮤지컬이 시작될 당시에는 뮤지컬 자체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면, 창작 뮤지컬의 성공도 있고 어느 정도 뮤지컬이 공연예술계에 자리를 잡은 최근 몇 년간 논쟁의 대상은 바로 이 스타마케팅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해외 대작들도 흥행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작사들은, 흥행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신작보다는 이미 인기가 검증된 유명 작품들을 무대에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또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한 스타에게 집중하면서까지 스타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타를 캐스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뮤지컬이 홍보가 될 수 있고, 그 스타를 보기 위해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들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스타마케팅이 더욱 성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타마케팅을 통해 뮤지컬은 분명 정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현재 공연예술계는 대부분 뮤지컬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뮤지컬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고 여가생활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 이러한 스타마케팅이 부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선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스타들의 몸값(제일 높은 조승우의 경우 회당 1800만원이라고 한다)으로 인한 제작비의 상승, 그리고 연쇄적인 공연 티켓 가격의 상승이 원하는 공연을 보기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 가끔은 유명 스타의 이름에만 기대어 매우 허술한 공연이 나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뮤지컬 자체의 종다양성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입니다. 스타를 기용한 대형 작품이 현란한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는 동안, 예술성 강한 순수 창작품은 점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무엇보다도,스타의 기용이 뮤지컬의 대형화를 부르고, 결국 이런 일부 무대로만 뮤지컬이 편향되어 선택권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스타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모두 특별한 전달력이 있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성공한 배경에는 관객과의 소통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여자 연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스타들이 뮤지컬에서 성공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그저 연기 좀 하고 노래 좀 한다고 해서 도전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죠. 체력 관리는 물론이고 관객과의 호흡을 즐기지 않으면 힘들어요. 특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파며 NG에 익숙한 배우들의 경우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아픈 경험을 통해 알게 됐어요.”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스타마케팅이 스타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가치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뮤지컬 아이다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 옥주현씨는, 마케팅을 생각하지 않고 스타를 캐스팅하는 기획사가 없겠지만 진정한 스타마케팅은 진짜 뮤지컬의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뮤지컬 자체에 대한 관심도의 증가를 위한 스타마케팅도 좋지만, 스타마케팅은 옥주현씨의 말처럼 시동을 거는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스타 캐스팅이 뮤지컬 제작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작품의 성패 자체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스타들 또한 일반 배우보다 배 이상 되는 출연료를 받으면서 그만큼의 역할을 뮤지컬 안에서 하려면, 돈을 벌기 위해 출연한다는 마음보다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항상 배우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스타를 보기 위해 온 관객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안겨주고, 나아가서 뮤지컬과 공연예술계에 대한 흥미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해외에선 배우보다는 작곡가, 연출가, 프로듀서 등 제작진이 누구냐에 따라 작품 흥행이 결정됩니다. 제작진의 신뢰도가 작품의 완성도와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앞으로 한 층 더 성숙한 관객이 되어, 뮤지컬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그 자체를 사랑하고 즐길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