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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화장품, 어디까지 베껴봤니? - 코스메틱 로드샵 미투제품 마케팅


1. 저렴이? 미투제품이란?


네이버에는 화장품, 뷰티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한 온라인 코스메틱 커뮤니티가 있다. 회원수 84만명이 넘는 이 커뮤니티에서 저렴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위처럼 수많은 게시물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저렴이란 뭘까? 위의 사진을 보면 저렴이라는 단어가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의 제품명 뒤에 붙어서 쓰인다는 것을, 또 로드샵 브랜드의 제품을 설명할 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렴이란 인기상품의 주요 속성을 모방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미투(Me too) 제품을 일컫는다. 흔히 말하는 짝퉁이 브랜드 네임까지 모방한다면, 미투 제품은 자사 브랜드의 이름이 붙어 출시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를 베껴서 만든 롯데의 가나파이가 있다. 이러한 미투 제품은 식품업계, 가전업계, 출판 업계 등 산업 전반에 만연해있다. 그 중에서도 코스메틱 산업의 경우 얼굴에 바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색상, 원료 등의 제약이 크고, 따라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한정되어 있어 미투 제품의 출시가 유독 잦아 흥미롭다. 특히 최근에는 미샤가 SKⅡ 제품의 공병을 가져오면 해당 제품과 효과, 성분, 패키지까지 유사한 자사 제품의 제품을 증정한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로드샵 브랜드의 유명 브랜드 베끼기 열풍이 도를 넘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미투 제품, 베끼기 전략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 또 과연 그대로 따라하면 다 성공하는 것인지 국내 로드샵 브랜드 바비펫(Baviphat)과 어퓨(APIEU)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2. 따라해도안 될 놈은 안 돼

    바비펫의 미투 제품은 Dead Copy!

자연주의와 패션 감각을 접목시켜 고객에게 접근한다는 모토로 2009년 런칭한 바비펫은 로드샵 브랜드 중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했지만 전면에 내세운 비욘세의 감각과 로드샵 중에서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될 듯 했다. 그러나 바비펫이 내세운 카피캣 전략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바비펫의 제품 중 다수는 베네피트, 러쉬, 바닐라코, 부르주아 등 타브랜드의 제품을 최소한의 수정도 없이 그대로 베껴다놓았다. 이 경우 연구개발비를 거의 투입하지 않고 신제품을 손쉽고 빠르게 만들어 선발업체의 인기를 이용하려 한다는 비도덕적, 비양심적인 상술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바비펫의 도를 지나친 미투 제품 출시는 당위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기업 전체에 큰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유명 브랜드를 카피한 미투 제품이 하도 많아 카피펫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Baviphat이라는 브랜드명 역시 Bobbie Brown Benefit를 반씩 섞어 만든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바비펫은 그저 카피캣으로 인식되고 있다. 화려한 케이스만을 그대로 따라했을 뿐 바비펫의 미투 제품에는 원조 제품이 가진 지속성이나 발색, 커버력 등 화장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속성들이 결여되어 있다. 흔히 주고 받는 농담 속에서 여자는 명품이면 다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지만 화장품을 구매하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화장품의 브랜드만큼이나 제품의 속성도 꼼꼼히 따진다. 그러나 바비펫의 제품은 작은 사치품으로서의 조그만 허영심도, ‘생활 용품으로서의 기능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제품을 구매할 유인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바비펫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50퍼센트 게릴라 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짝퉁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기는 쉽지 않다. 결국 지난 28일 재정상황이 악화된 바비펫은 업계에 인수합병을 제안한 가운데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3. 앞뒤를 봐가면서, 고민해서 따라하란 말이야!

        어퓨의 성공적인 미투 제품

여성들의 라이프에 신선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부여해주는 Refresh & Healthy New를 표방하는 브랜드로서 2008년부터 온라인으로만 유통되었으나 최근 오프라인 로드샵을 런칭하였다.

어퓨는 같은 ABLE C& C에 소속된 로드샵 브랜드 미샤보다도 저렴한 가격대에 우수한 품질의 제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긴다. 베네피트 포지틴트의 분홍빛 색감과 캘리포니아 키싱의 펄감은 매우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실제로 매장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권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온라인 코스메틱 커뮤니티에서 두 제품은 환상의 짝꿈이라 불린다. 그러나 베네피트의 주 고객층인 20,30대 여성들의 다수에게 73000원이라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 이에 어퓨는 1/10도 안 되는 가격에 앞의 두 제품의 중요 속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용기 하나에 두 제품이 담겨 있는 제품을 출시하였다. 바비펫이 포지틴트와 캘리포니아 키싱의 미투 제품을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비슷한 디자인의 용기에 담아 비슷한 이름으로 출시했을 것이다. 제품의 기본적 속성은 물론 휴대성과 편의성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어퓨의 미투 제품은 성의가 있다.

바비브라운의 팟루즈는 다양한 색상과 뛰어난 지속력, 다양한 활용성으로 매우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그러나 소량으로도 발색이 가능함에도 비현실적으로 큰 용량에 소비자들은 코스메틱 관련 커뮤니티나 중고 까페를 이용해 소분, 분할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소분, 분할 제품을 구매할 경우, 본품을 사는 것과 비슷한 가격에 여러 가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생성과 안전성 등의 문제가 존재하며, 구매 정보를 얻고 실제로 구매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어퓨는 바비브라운의 색감과 지속력을 그대로 재현한 저렴한 팟루즈를 내놓았을 뿐 아니라 스페셜 에디션으로 한 용기에 여러 색의 팟루즈가 담긴 멀티 제품 역시 내놓았으며, 이는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이 어퓨에 붙인 별명은 움파룸파. 끊임없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마치 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 같다는 것이다.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됨에 따라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한 어퓨는 오프라인 가두점 입점은 물론 최근 인기 아이돌을 모델로 하는 광고까지 제작하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4. 어떻게 따라해야 잘 따라했다고 소문이 날까?

          두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미투 제품 마케팅 시사점은?



미투 제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첫째로 제품의 편익에 대한 고객의 기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450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뷰티넷(미샤와 어퓨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 제안/질문 게시판 등에서 이루어지는 고객/고객간의, 고객/기업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 그리고 연구와 조사를 통해 어퓨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했다. 유명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하기보다는 그 인기의 빈 틈에 숨어있는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미투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반면 바비펫은 원조 제품의 성공 요인을 파악하기보다는 단순히 그 외관만을 베껴오기 급급하여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바비펫의 홈페이지는 바비펫이 소비자의 소리 듣기에 소홀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온라인 홈페이지는 서버 과부하 등의 기술적 문제로 접속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접속이 된다 해도 속도가 매우 느려 온라인 제품 구매는 물론 결제 오류, 환불 등의 문제를 문의하는 고객문의 게시판조차 이용하기 어려워 고객의 불만이 크다.

 둘째로, 소비자가 원하는 속성을 충실히 재현해야 한다. 유명 제품과 유사하다 하여 기대하고 제품을 구매했는데 색감이나 지속력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원조 제품에 비해 현저히 품질이 떨어진다면 이는 재구매, 입소문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브랜드와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바비펫이 브랜드 런칭 초기에 비해 고전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는 업그레이드. 미투 제품은 기존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은 물론 새로운 편익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모방에서 나아가 자신만의 브랜드의 색깔을 입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퓨의 틴트 글로스는 베네피트의 두 제품을 하나의 제품으로 합쳤고, 팟루즈는 바비브라운의 제품을 쪼개어 넣었다. 합치고 쪼개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지나치게 많은 용량, 휴대성 부족 등의 잠재 불만이 개선되었다. 이처럼 고객의 니즈에 기반한 재창조,선진 브랜드의 재현, 개선은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공을 이끈다. 위의 세 가지가 바로 자연주의를 표방한다는 점, 신생 저가 코스메틱 브랜드라는 점에서 닮아있는 두 로드샵 브랜드의 극명하게 갈린 운명을 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