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컴즈의 미국진출 실패 사례

 

Global Top Player의 꿈, SK커뮤니케이션즈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이 블로그를 방문한 분이라면 누구나 아이디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이외에도 SK컴즈는 네이트, 네이트온, 엠파스, 이글루스, 이투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온라인 서비스를 여럿 운영 중입니다. 국내에서의 확고한 기반으로 자신감을 쌓은 SK컴즈는 수년 전부터 중국, 일본, 유럽, 미국 등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쩐일인지 최근 좋지 않은 뉴스들이 자꾸들리네요. 지난 3월 독일 법인을 철수 한데 이어, 미국과 대만에 있는 법인도 정리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이투데이 12월 19일 “SKT, 해외사업 부진에 CEO 교체 강수) 블로그에 기반을 둔 우리로서는 SK컴즈의 해외 실패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대해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지 한번 생각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1) 컨버전스가 없었다.

        먼저, 저는 SWOT분석, 혹은 대응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 국내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 두 서비스가 SKT와 호환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MSN메신저가 독점하던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서 네이트온이 1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SKT의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무료문자공세가 유효했던 것과 싸이월드와의 연동서비스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싸이월드 역시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지만 SK계열의 다른 서비스들과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강점이었죠. 즉, 엠파스-네이트의 검색엔진, 싸이월드의 어마어마한 회원수, 네이트온의 즉시성과 접근성, SKT의 모바일 서비스 등의 장점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었던 점이 SK컴즈의 경쟁우위요소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는, SKT 같은 든든한 우군도 없고, 엠파스-네이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포털과 검색엔진이 즐비하며, MSN이나 AOL 메신저를 쓰는 사용자만 가득합니다. 즉, 신생업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였을 SK컴즈로서는, 한국에서와 같이 연계된 서비스간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던 ‘약점’의 출현에 대응하기 어려웠으리라 짐작됩니다. 약점보강을 위해 현지의 다른 업체와의 제휴가 있었다면 좀 달라졌겠죠?(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2) 소비자 분석이 잘못되었다.

        사실, 싸이월드의 서비스는 정말 쉽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틀에 따라 스킨하나 음악한곡, 미니룸 장식 몇 개... 이렇게 기존에 만들어진 컨텐츠로 쉽게 자신의 공간을 꾸밀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속된 말로 돈xx인 이런 편리함이, 어떤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제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용의 편리성은 이용의 자유도와 상충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헤비유저에 가까울수록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없는 싸이월드의 서비스에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싸이월드에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무늬만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아니었다면 싸이월드는 성공하기 어려웠으리라 봅니다.) 한국에서는 싸이월드=인맥이라는 인식과 현실세계에서의 인간관계가 가상세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어 많은 헤비유저들도 싸이월드를 사용하지만 미국 이용자의 양상은 조금 달랐으리라 봅니다. 블로그와 세컨드라이프에 익숙한 그들에게 자유도 낮고 오프라인의 인맥이 큰 영향을 주는 SK컴즈의 서비스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혀 반대의 케이스이고 이 글의 주제에서도 벗어나지만, 저는 싸이월드 홈2서비스가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서비스를 바라는 싸이월드 이용자들에게 홈2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서비스를 바라는 이용자들은 이미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으니까요. 거기에 ‘일촌’에 기반한 블로그라.. 조금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SK컴즈가 미국시장에서 실패한 원인이 소비자에 대한 분석 또는 SWOT분석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소위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의 성공에 도취되어 성공을 너무 낙관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이 글은 특정 기업에 대한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마케팅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SK컴즈가 해외 사업에서 안타깝게 실패한 원인을 공부해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이런 글을 썼습니다. 또한 SK컴즈의 해외 사업 중 중국에서의 사업은 매우 성공적이며, SK컴즈의 해외 활동이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작성자 : 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