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 김선아, 김수연, 손수지, 이태운
새로운 소통방식에 맞춰 생겨나서 점점 그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는 인플루언서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핸드폰을 켜고 밤새 놓친 메시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세대, 혼자 밥을 먹을 때는 화면 속 다른 누군가의 혼자 밥 먹는 모습과 함께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 세대, 궁금한 정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긴 고민이나 특별한 노력을 하기보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몇 번의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답을 얻어내는 세대, 이게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생활양식이나 사회 모습의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는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매체와 성격의 콘텐츠를 가지고 변화된 소통방식에 익숙한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해당 세대에서 영향력을 떨치게 된 이들이 생겨났다. 이른바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변화를 유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지만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용어로서의 인플루언서는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셜 플랫폼에서 유난히 영향력이 큰 소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블로거나 유튜버, 그리고 소위 ‘페북 스타’라고 불리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마케팅 시장 안에서 그 자리를 확고히 해가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통해 공유하는 특정 제품이나 업체에 대한 의견과 스토리는 소비자들의 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나 구매 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며 이런 이유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심을 두는 브랜드와 에이전시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은 이런 인플루언서들의 존재감을 더욱 커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관련 업종 종사자나 언론에게는 협찬과 제품 제공이 어려워진 반면 개인 블로거나 SNS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는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을 피해가기 위해 애초에 언론을 배제한 채 소셜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계한희 패션디자이너 등의 파워 인플루언서들에게 '피크닉세트'라는 제품을 전달하며 마케팅 전략을 펼친 하이네켄 코리아의 사례가 있다.
이렇듯 직접 자신만의 개성과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하나의 유효한 구매 유도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형태의 광고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인플루언서 마케팅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팬층을 형성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먼저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는 일반인들의 일상 생활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예로 쿠쿠크루X사진정류장 스튜디오 콜라보 콘텐츠가 있다. 먼저 쿠쿠크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쿠쿠크루는 코미디 영상을 유투브, 페이스북 등에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 그룹이다. 쿠쿠크루X사진 정류장 스튜디오 콜라보 콘텐츠는 쿠쿠크루가 해당 스튜디오에서 그들만의 유머코드를 담은 이미지 사진을 찍고 해당 스튜디오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콘텐츠는 최근 스튜디오에서 우정사진, 커플사진 등을 찍는 트렌드를 가진 1020세대들의 공감을 일으켰고, 자연스럽게 사진정류장 스튜디오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 효과를 가져왔다. 쿠쿠크루X킬베로스 콜라보 영상에서 또한 쿠쿠크루 멤버들이 입은 킬베로스의 옷들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었고, 이 영상은 스트릿 패션 트렌드를 가진 1020세대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킬베로스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때 언더문화로 치부되었던 B급 정서는 이제 당당한 대세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TV광고에서 B급 감성을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이러한 B급 정서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쿠쿠크루의 예를 들어보자. 쿠쿠크루X듀렉스 콜라보 러브젤 바이럴 영상은 러브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20대에게 러브젤 사용 후기를 B급 감성을 통해 전달하여 러브젤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의 주요 팬층이 명확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을 활용하여 자신들이 타겟하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예로 대도서관X넥슨 콜라보레이션을 들 수 있다. 대도서관은 게임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머이며,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1020세대의 공감을 얻어 팬층을 형성해 왔다. 넥슨은 이러한 대도서관의 팬층을 살려 대도서관을 추천인으로 등록하는 신규 회원 수가 1000명이 되면 1000만원 상당의 넥슨 캐쉬를 지급한다는 미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이 미션은 무려 40초 만에 성공했다. 넥슨은 이러한 대도서관과의 콜라보를 통해 ‘애들 코 묻은 돈이나 갈취하는 치졸한 회사’라는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들은 한 명의 인플루언서가 하나가 아닌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광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예로 대도서관X알바몬 사례를 들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 대도서관의 팬층은 주로 게임을 하는 1020세대이며, 주로 게임 관련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왔다. 알바몬은 게임과 관련이 없지만, 대도서관의 20대 팬층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마케팅을 진행했다. 대도서관은 자신의 실제 아르바이트 경험과 이를 통해 진로를 설정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내는 콜라보 콘텐츠를 업로드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며 알바몬이라는 브랜드를 알바를 구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보여지도록 했다.
연예인보다 친근하게, TV 광고보다 실속 있는 정보로 다가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존의 TV광고는 스타성을 통한 관심 집중, 소비자들의 감정 이입과 같은 효과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품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무분별한 연예인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괴리감, 제품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기 어려운 15초라는 시간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기존 TV광고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기존 TV 광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광고 형식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언박싱 비디오이다. 이는 포장된 제품을 뜯어 보면서 기능을 하나하나 소개해 마치 친구가 새로 산 물건을 옆에서 함께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광고이다. 이러한 언박싱 비디오는 특히 전자 제품이에 대한 콘텐츠에서 주로 사용된다.
또 다른 예로는 뷰티나 스타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낸 하울 비디오가 있다. 하울비디오란 자신이 쇼핑한 아이템들을 하나씩 소개해주며 체험해보는 영상이다. 이러한 영상 콘텐츠를 통해 기업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브랜드와 특정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 뷰티 유튜버 한별과 밤비걸이 에뛰드 하우스와 함께 제작한 영상 ‘에뛰드 신상! 트윈샷 립스틴트 전색상발색 리뷰!!’는 8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는 11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인기 뷰티 유튜버들이 친구와 수다를 떨듯이 편한 분위기 속에서 한 립 틴트 라인 하의 제품 전부를 세세하게 리뷰하고 장점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리뷰 영상을 참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위 “페북스타” 라고 불리는 페이스북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대부분의 유저들이 짧은 영상을 선호하고 실제로 소리가 들리게 시청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 페이스북 영상의 특징을 무시할 수 없다. 페이스북에서는 대형 브랜드의 영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신박한” 기능의 제품들이 페이스북 마케팅의 주요 수혜자이다. 손쉽게 눈썹 타투를 할 수 있어서 화제가 된 “유리카 타투펜” 이나 “가르시니아 다이어트” 가 그 예이다. 또 영상 광고 이외에도 사진을 여러 개 업로드해서 간략한 만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 크리에이터들도 주로 콘텐츠의 뒷부분에서 광고성 콘텐츠임을 공개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의 팔로워들은 특정 인플루언서들의 유머 스타일에 대한 수요층이기 때문에, 그것이 들어있는 콘텐츠라면 광고의 특징을 띠어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광고의 경우 제품에 대한 정보보다는 페이스북의 바이럴성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이 강점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미디어 플랫폼과 주 생산 콘텐츠에 따라 여러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는 화려한 TV 광고보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정보만 정리되어 있으면서도, 콘텐츠로서의 재미는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는 하루에도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순환적으로 이용하므로, 예상 소비자 별로 마케팅 분야를 분화해서 한 플랫폼에 국한되기보다는, 각 제품의 특성에 따라 가장 잘 어필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마케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저렴한 비용과 효과적인 홍보가 매력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비용면에서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출연료가 저렴하다. 아이돌 가수 겸 배우 수지는 편당 약 7억 원, 배우 송중기는 10억 원 등으로 인기 있는 연예인을 광고에 출연시키려면 평균 5억 ~ 12억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이에 비해 몸값 자체가 훨씬 저렴하다. SNS 등에서 화제가 되는 유명 인플루언서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연료가 4000만 원 이하다. 게다가 출연료 자체를 CPA(Cost Per Action, 액션 당 단가)나 CPM(Cost Per Mile, 노출 1,000회당 단가)에 따라 지급하는 경우도 많아 비용 절감의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중복 출연이 가능하다. 기존 광고계에서 이른바 ‘빅모델’로 불리는 유명 연예인들은 보통 동시에 여러 광고에 중복 출연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시기를 달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브랜드 컨셉이 희석될 우려가 있고 소비자가 광고에 대해 느끼는 신뢰감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이러한 인식이 지배적이지 않다. 게다가 김기수와 같이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비교하는 컨셉을 가진 인플루언서의 경우에, 오히려 여러 제품을 노출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광고 출연자를 선발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효율적이다. 인플루언서는 자세하고 폭넓은 제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압축된 정보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존의 광고와 다르다. 게다가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에는 제품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일반 광고는 보기 싫다면 채널을 돌리는 등의 방식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러한 콘텐츠에서는 불가능하다. 광고와 콘텐츠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적은 비용으로도 잠재적 소비자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매우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넷째, 시청자의 자발성이다. 일반 광고를 다시 찾아서 보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으로 광고를 여러 번 방영해야 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콘텐츠 시청자들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다시 보기를 통해 언제든지 반복하여 시청한다. 단순히 재밌는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제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함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광고를 찾아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시청자를 광고에 빈번하게 노출시키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깃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한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특성과 선호를 공유한다. 즉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일종의 동질적인 집단이 형성된다. 따라서 특정 인플루언서를 공략함으로써 세부적인 소비자 타깃팅이 가능하다. 타깃팅을 위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 주의할 점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차별화된 강점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전략은 없는 법, 인플루언서 마케팅 역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인플루언서와 제품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인플루언서의 특성이나 분야와 상관없이 무작정 콘텐츠를 부탁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개인의 진정성이 드러난 콘텐츠다. 제품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없는 인플루언서와의 무조건적인 협력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즉, 제품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낼 수 있는 인플루언서에게 맡겨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이미 많이 소비된 인플루언서의 경우 마케팅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인 TV나 지면 광고에서부터 지적되던 문제점이다. 스타성을 지니고 있고 인기가 많은 인물이기에 기업에서는 그 영향력을 확신하고 모델로 섭외하지만 같은 의도로 동일 인물을 섭외하는 광고가 너무 많아지는 경우, 해당 모델의 영향력이나 신뢰도는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이미지와 스타성은 지나치게 소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구독자들에게 신뢰받는 분야의 제품, 그 중에서도 자신이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제품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질 보다 양’ 식으로 무책임하게 양산해내는 콘텐츠보다는 하나를 만들어도 양질의 진정성을 담는 콘텐츠가 효과적인 마케팅 요소로 작용한다.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인플루언서로서의 본질인 신뢰도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 E&M 을 시작으로 판도라 TV, 트레저헌터가 참여한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시장에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추가로 진입하는 현실은 인플루언서 관련 산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마케팅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루언서들이 주의할 점을 놓치지 않고 더욱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바람직한 영향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출처
YDM, “Influencer Marketing”, 2015.08. 07 제14호
데일리안, “수입브랜드들 ‘김영란법 난 몰라’ 이유가?”, 2016.10.04
미디어오늘, “MCN업계 미다스의 손, 스위즐을 만나다”, 201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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