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멋쟁이의 필수품은 무엇일까? 헤어스타일? 그건 우리 할아버지가 태어나시기 전부터 중요했던거다. 패션? 아담이 가죽옷을 만들때부터 중요했던거다. 21세기의 멋쟁이라면, 바로 '휴대폰'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냥 '휴대폰' 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게 아니다. 시대에 걸맞는 '최신 휴대폰'을 갖고 다녀야 한다. 그럼 요새 최신 휴대폰의 기준은 무엇인가?! 카메라 달린거? MP3 되는거? 아니다. 바로, 너도나도 만져달라 애걸복걸하는 '터치폰' 되겠다.
(물론, 스마트폰이 요새의 킹왕짱쓰나미로 몰려오고 있는건 알지만, 이글에서는 터치하는 부분(촉각적 부분. 불고 흔들고 이런건 제외)만 주목하고자 한다)
터치폰은 고무나 플라스틱으로된 키패드를 누르지 않고 액정을 직접 누르면서 조작할 수 있다. 덕분에 액정도 시원하게 커졌고, 키패드 부분이 없어져서 그만큼의 부피도 줄일수 있다. 게다가 퓨대폰 회사라면 너도나도 터치폰을 각종 마케팅적 활동으로 영차영차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민소매에 츄리닝바지만 입어도, 터치폰만 있다면 'XX동 구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터치폰에 과연 어떤 딴지를 걸 수 있을까? 딴지를 걸기 위해서는, 엉뚱하게도 '컴퓨터 키보드'와 '종이'를 한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키보드가 주는 교훈 : 누르는 맛이 필요하다
컴퓨터키보드가 '타자기'와 연관이 깊다는것은 누구나 알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아직도 키보드는 타자기의 형태를 못벗어나고 있는걸까. 칠때마다 소리가 나고, 푹푹 들어가는게 손가락과 손목관절에 무리도 주는데 말이다. 이런거 개발하는게 어려운가? 절대 아닐 것이다.
인간은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시험을 잘봤건 못봤건 꼭 성적은 봐야 직성이 풀리고, 이성친구가 뭔가를 숨기면 꼭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점은 인간이 '소비자'로 변해도 마찬가지이다. 소고기를 살때도 원산지를 확인하고 싶고, 카드로 긁더라도 꼭 그 내역은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할 상황을 파악하여 안도감을 얻고, 대책을 세움으로써 생존하려 했던 선조들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서일까.)
- 잘눌러야 한다. 여자한테 생일을 축하하려다 낭패를 볼수도 있으니...-
키보드가 여태 진화하지 못한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인간의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망에 맞춰 '진화했다' 라고 볼 수 있다. 누를때마다 더욱 쑥쑥 잘들어가고, 명쾌한 '타닥타닥' 소리가 나니 말이다.
그럼 여기서 터치폰에게 무슨 딴지를 걸고 싶은지 알수 있을것이다. 명색은 터치폰이다. 그런데 터치감 '꽝'이다. 떨리는 맘으로 누른 내 손끝을 딱딱하게 외면하는 액정. 누를때마다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이건 그립감 이나 진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것 같다. 눌렀을때, 뭔가 익숙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느낌이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푹신푹신한 터치액정은 진정 못만드는 것인가?
- 종이가 주는 교훈 : 마찰감이 필요하다.
터치폰은 손 말고도 터치펜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쓰면서 느끼는 것은 뭔가 다른 '이질감' 이다. 마치 얼음위에 글씨를 쓰는 이 기분. 대체 이 기분을 어찌해야 할까.
사회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얼음위에 글을 쓰기 보다는 '종이'에 글을 먼저 쓰기 시작한다. 글씨 연습도 종이에다 한다. 그런 사람이 커서 터치폰을 구입하게 되었을때, 터치폰을 쓴다면 이질감을 느끼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실제로 휴대용게임기의 타블렛이나 시중에 나온 터치폰들의 터치펜으로 글씨나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릴수 있을까? 미끈미끈해서 조정이 어렵고, 그러다보니 섬세한 면을 표현하기 힘들어서 애들 낙서수준의 글씨나 그림만 만들어내고 만다. 이러니 아직도 종이가 많이 쓰일수 밖에. 그렇다면, 액정은 굳이 매끈매끈 해야 하는 걸까. 액정이 종이처럼 약간의 마찰감만 있다면 충분히 종이와도 경쟁할 수 있을텐데. 종이와 마찰감이 비슷한 코팅필름만 씌우면 가능하지 않을라나.
- 최근 다이어리 기능을 강조한 터치폰. 이런 기능일수록 마찰감이 중요하지 않을라나-
이미 우리에게 휴대폰은 '청각'이 아닌 '시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흐름속에서 터치폰은 시각과 더불어 '촉각'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명색이 터치폰이라면 제대로된 유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광고 카피처럼, 좀더 촉각적인 측면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더 사랑받고, 더 널리 쓰이는 터치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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