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rketing Review/2009년

[Design&Marketing]디자인 마케팅, common과 specificity의 경계에서

1.    여는말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가 올해 레드닷(Red Dot) 어워드에서 14명이 대거 상을 받고, 독일의 ‘iF 컨셉트 디자인 어워드에서 참가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총 9개 작품이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이다. 개방과 비평의 도구를 이용해서 끊임없는 창조적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한국인들을 보며, 세계 속 한국의 미래를 관망해 본다.

단연, SADI 뿐이 아니다. 한국에서 거리를 지나치다 보면 여기저기 디자인 스쿨이 산재해 있고, 서울시는 세계 디자인 수도라는 컨셉을 홍보하며, 걷고 싶은 거리 등의 조성에 힘쓰고 있다. 심지어 기아 자동차는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디자인 회사이겠거니 할 정도의 IMC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왜 한국은 디자인에 미쳐있는가?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일인가? 모두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는 요즘, 디자인은 특별한 Selling point가 될 수 있는가?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뭔가 거창하

2.     Common thing

일단 디자인부터 정의를 내려본다. Wikipedia에서는(www.wikipedia.org) 디자인을 새로운 물건을 개발하고 독창적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광의의 설명이고, 협의로 널리 쓰이는 디자인이란 상품에 관한 심미적, 실용적 설계라는 제품의 관점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내 모든 삶이 디자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타이포그래피와 색상들, 모형들은 우리가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공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효과에서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는 디자인의 요소가 빠진 것이 없다. 심지어 사람의 몸도 아름답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디자인 된다. 그만큼 디자인은 일상적인, Common Thing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디자인은 특별하고 지속적인 Selling Point가 될 수 있는가. 디자인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기 때문에 새롭고 놀랍다고 느끼는 디자인도 어떻게 생각하면 어디선가 보았던, 기존에 있던 것과 유사하다. 이것을 음악에 비유하자면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음률과 가사의 반복이며, 공기에 비유하자면 시골의 공기와 도시의 공기가 다르다고 느끼는 정도일 뿐이다. 이는 다분히 개인의 감상적인 차이이다. 그러므로 디자인 자체가 특별한 Selling Point가 될 수 없다.

 

3.     Specificity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디자인에 많은 가치를 쏟아 붓는가? 디자인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품 디자인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코카콜라 병을 생각해보면, 적당한 그립감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잘록한 몸의 맵시를 표현한 이 제품의 병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 요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한 제품라인의 컨셉이 되었다. 사람들이 타 제품과는 코카콜라를 생각할 때 이 병을 같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또한 그 역으로 그 병을 생각할 때 코카콜라를 떠올리는 것도 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차별성은 한 기업의 기업가 정신과 비교될 만큼 큰 영향력을 갖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의 연설 때마다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 심지어 우상에 가까운 환대를 받는다. 그와 별개로 애플의 상품들 역시 디자인의 측면에서 신규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 우상에 가까운 환대를 받는다. 이 둘은 전혀 상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애플의 디자인은 기업가의 정신의 산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이 디자인이 한 기업가 정신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어느 것이 먼저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애플과 스티브 잡스, 누가 더 이익인가?

4.     Design

이런 상황에서 기아 자동차의 횡보가 눈에 띈다. 기아는 자동차의 성능, 인지도에서는 차별성을 가질 수 없는 시장 후발주자로써 디자인을 IMC전략 자체로 채택하였다. 단순히 디자인 부서에서만 자사 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모든 부처의 사람들이 디자인에 골몰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성과는 적지만 차근차근히 그 결과물이 소비자의 입으로 나오고 있다.

Design? Design! KIA


계속되는 질문이지만 그렇다면 디자인의 위치는 어디인가? 일상적으로 어디에서나 쓰이기 때문에 충분조건인가, 아니면 코카콜라나 애플처럼 디자인 자체가 로열티로써 필요조건인가. 필자의 생각에는 결국 디자인의 차별성 그 답안이 있다. 얼마나 차별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가에 따라 위의 두 디자인이 정의가 달라진다. 결국 답안은 디자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마케팅에 달려 있는 것이다.

위의 말은 코카콜라의 디자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갖는 심미성이나 실용적 효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이며, 애플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마케팅에 의해 시너지 효과를 보았다는 뜻이다. 결국 디자인은 그 자체로는 큰 효용을 얻을 수 없으며, 마케팅 전략에 의해 다양한 보완 체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디자인의 강점은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다.

 

5.     결언

지하철을 삼십분 정도 타보자. 그리고 사람들을 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MLB 모자를 쓰고 있는가. 아마 모르겠지만 그 삼십 분에 수명의 MLB 모자를 쓴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저렇게 MLB모자를 많이 쓰는가? 메이저 리그를 그만큼 사랑해서? 그 팀에 대한 충성도가 그만큼 높아서? 아니면 단순히 디자인이 이뻐서? 필자가 보기에는 마케팅 효과이다. 단순하고 통일된 디자인에 겉의 팀 명만 바뀌어있다. 적정한 가격에 편리하게 쓰기에 좋은 모자이며, MLB 자체가 저가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는 가볍게 쓰더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크게 손상을 입히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디자인이다.

똑같은 모자, 알고서 사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사는 것일까?


디자인의 차별성이란 결국 얼마나 개인의 마음에 근접 했는가에 의해 성패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개인의 마음에 근접하는 것은 마케팅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묻는다. 디자인만으로 Selling Point가 될 수 있는가? 아무런 Contents Marketing도 없이 그저 이쁘게 꾸민다고 디자인 수도가 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