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현지화, 어디까지 가봤니?
최근 코카콜라 병의 라벨지에 인쇄된 다양한 메시지들을 읽어보셨나요? ‘우리가족’, ‘고마워’, ‘친구야’, ‘응원할게’, ‘내 반쪽’ 등 재미있고 다양한 문구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는 바로 새롭게 등장한 코카콜라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Share a Coke’ 덕분입니다. 이 마케팅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문구가 적힌 코카콜라를 구매해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이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22종의 문구를 모두 모으는 매니아층도 등장했다고 해요. 그런데 바로 이 ‘Share a Coke’마케팅의 전신이 저 멀리 유럽이라는 땅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 알고 계신가요?
2013년 봄, 필자가 영국에 있을 때, ‘코카콜라’는 음료의 병에 다양한 영어 이름을 인쇄하는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Sam, Jen, Pam 등 본명, 혹은 긴 이름을 줄여 부를 수 있는 애칭으로 사용되는 여러 이름들이 콜라 병에 인쇄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제 이름이 없어서 (저는 영어이름이 없거든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아 음료를 구매하더라고요. 게다가 자신의 음료뿐이 아닌, 친구의 이름이 적힌 코카콜라를 함께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운 친구와 가족의 이름이 적힌 병을 구매한 뒤 SNS에 게재해 바다 건너 깊은 우애를 나누기도 했답니다. 저는 이것이 중복되는 이름이 많다는 서양 문화의 특징을 잘 포착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어른이고 친구고 할 것 없이 이름을 부른다는 서양의 문화 역시 반영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당시 꾸준히 발달하고 있던 SNS와도 결합해 파급력을 더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저는 동시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중복되는 이름도 적고 알파벳에 비해 음절 조합의 수가 훨씬 많은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마케팅이 어렵겠지? 이런 저런 회의적인 생각 이후 저는 코카콜라는 까맣게 잊은 채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코카콜라의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보게 되었습니다. ‘좌절금지’, ‘우리가족’, ‘고마워’, ‘자기야’, ‘넌내꺼’ 등의 문구를 인쇄한 것입니다. ‘Share a Coke’라는 캠페인 명은 같지만 그 내용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중복되는 이름이 비교적 적어 서양에서 진행되었던 ‘Share a Coke’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대안으로 한국인이 이름 대신 사용하는 호칭
들, 사회 분위기에 따라 떠오르는 유행어들, 그리고 한국의 공동체 문화 속에서 서로 정을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여러 가지 따뜻한 구절들을 포착한 것이지요.
이러한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은 마케팅의 4P 요소인 Product, Promotion, Price, Place 중 Promotion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언어생활과 감성, 그리고 공동체 문화를 이해하여 한국 시장에 녹아 든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지요.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Promotion 전략 수립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현지의 인력을 채용하거나 현지의 비즈니스 문화를 체득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기존의 시장과 다른 새로운 다양성에 성공적으로 융화되어야 극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다양성을 포용하고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한 마케팅의 현지화가 수반된다면 기업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때문에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와 같은 철저한 현지 문화 마케팅을 이용해 성공을 거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기업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랜드(E-LAND)입니다.
이랜드는 중국의 생활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의류 수요량이 함께 높아지는 것을 재빠르게 포착하고 패션사업에 과감히 진출했습니다. 그 결과 2011년 기준 15,6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5.093개의 매장을 개점했는데요,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바로 철저한 현지 문화 마
케팅이 있었습니다.
이랜드의 중국명은 衣恋(발음 : 이리엔), ‘옷을 사랑한다’라는 의미입니다.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소리를 가진 문자에 뜻까지 동시에 담을 수 있다는 한자의 특성을 잘 포착한 명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복(福)의 상징으로 여기며 사랑해 마지않는 색깔인 빨간색을 이랜드 로고 배경 색상으로 삼아서 호감도 뿐 아니라 매우 친근한 이미지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코카콜라의 ‘Share a Coke’ 마케팅처럼 현지 문화를 철저히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문화들은 60억 인구, 230여개의 국가가 공존하는 지구 상에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해외 진출 혹은 해외 시장 확장을 노리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높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라는 이름의 이 장벽은 그 다양성을 깊이 이해하고 정서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승화시키는 순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지, 기업이 왜 열린 태도로 현지의 문화를 포용해야 하는지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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