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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브랜드 네임에도 유행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중에서-


브랜드의 꽃, 브랜드 네임

 

브랜드 네임은 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수많은 이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중들이 그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을 때, 브랜드 네임은 비로소 꽃이 되는 것이다.

불려서 꽃이 된 브랜드 네임은 말 그대로 브랜드의 꽃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잘 지은 브랜드 네임은 단순한 브랜드나 상품의 이름을 넘어서서 고유명사가 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거나, 오히려 상품보다 더 유명해져서 이름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끌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 억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키고, 그 보다 몇 배나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정말 잘 지은 이름 하나, 열 상품 안 부럽다.

 




(옥시의 유머러스 한 '물먹는 하마'는 방습제 시장에서 기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마케팅비용과 시간으로 시장점유율 및 인지도가 70%이상을 기록. 잘 개발된 브랜드 하나로 수억 원 이상의 마케팅비용 절감하였다.)
 

(이제는 하나의 표현으로 굳어져버린 롯데 칠성의 ‘2%부족할 때’, 지금은 주춤한 감이 있지만 미과즙 음료시장의 70%~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성공한 브랜드 네임으로 끊임없이 회자된다.)





이렇듯 브랜드의 성패에 막대한 브랜드 네임에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서 일까? 브랜드 네이밍이라는 전문분야가 생기더니 쑥쑥 자라나 이제 새로운 브랜드 런칭 시나, 런칭 후 브랜드 관리에 있어서도 빼먹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국내 대학에도 브랜드 네이밍을 주제로 하는 모 학회도 있더라)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관심과 사랑을 듬뿍 줘서 키운 아이일수록 spoiled한 법. 어이쿠야, 이 녀석 변덕이 심하네, 유행을 탄다.

 






브랜드 네임의 트렌드

 

브랜드 네임에도 트렌드가 있었다. 사실 전혀 놀랍지 않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는 부분적으로는 소비자인 우리의 탓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날이 치열해져 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자 브랜드 네임도 트렌드에 맞춰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조업이 중심이던 과거에 브랜드 네임은 주로 상품이나 제품의 기능, 서비스, 성능 등을 단순하게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새우 맛이 나는 과자 새우깡’, 초코로 만든 과자 초코파이’, 금성에서 만든 금성텔레비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의 중요성이 낮았을뿐더러 경쟁도 지금만큼 치열하지 않았던 이때에도 브랜드 이름에는 유행이 있었다. 새우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수많은 아류 시리즈가 등장했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 브랜드 네임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이젠 단순히 제품의 기능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이미지를 덧입히기 시작했다. 브랜드 네이밍 기법도 다양해 지면서 이제 브랜드 네임은 더욱 더 다양해지고 주기(Cycle)가 짧아졌다. 그리고 주로 그 사회에서 가장 (hot)’한 사람, 사물, 문화, 현상 등 다양한 것들이 브랜드 네임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Fun한 마케팅

 

예를 들어 Fun마케팅이 각광 받고 있던 몇 년 전에는 가벼움과 감각적인 흥미를 원하는 젊을 세대를 타켓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재미를 추구하는 네이밍이 많이 등장했다. 해태제과의 ‘신장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떢복이 총각의 맛있는 프러포즈', 구기자를 발효한 약주 '할머니의 비밀’, 삼겹살 체인점인 '돼지가 고추장에 빠진 날', 노래방 '돼지 목청 따는 날', 싸이닉스 21의 성장형 화장 게임 '화장빨인생', 웅진 식품의 식초음료 '그의 흑심' '그녀의 초심'등 소비자로 하여금 폭소를 하게 만드는 이름부터 슬금슬금 실소를 짖게 만드는 이름까지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까에 초점을 90%맞춘 것이 분명한 이름들이 즐비했다.


 







 이니셜 브랜드

그런가 하면 요즈음에는 이니셜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대카드 ‘M’. 모토로라 ‘Z’, ‘G마켓’ SK ‘T’, LG전자의 ‘Xtick’ ‘Xnote’ ‘Xcanvas’ 등 ‘X’를 필두로 한 브랜드 등이 그 예이다. 이니셜을 이용한 브랜드 네임은 시각적, 청각적 임팩트가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목을 사로잡는 특징과 이니셜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폭넓은 의미를 연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또 이니셜 브랜드는 브랜드 확장이 용이해서 하위 브랜드와 결합 시 자연스럽게 연결 시킬 수 있으며 구전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졌을 뿐 아니라, 통합 브랜드의 특성상 미래에 펼쳐질 다양한 서비스 영역까지 포괄해 낼 수 있는 큰 컨셉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Pet name

휴대폰 시장에서는 ‘팻네임(Pet name)’이 유행이다. 누구나 한번쯤 LG의 ‘아이스크림폰’, ‘초콜릿폰’ ‘와인폰’이나 삼성의 ‘고아라폰’등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휴대폰에 애칭을 붙여주는 것으로 2005년 ‘삼성전자’의 블루투스폰이 소비자들에게 ‘문근영폰’으로 불리면서 애칭 마케팅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이제는 소비자 스스로 애칭을 붙여주는 하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 기업에서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좀 더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숫자와 알파벳으로 이루어져있는 정식 명칭보다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에서 많이 사용한다.

(차례대로 문근영폰, 와인폰, 아이스크림폰,고아라폰)

 

 



 네이밍의 흐름은 전반적인 사회, 문화 트렌드와 뗄 수 없다.  브랜드 네임은 그 어떤 것보다 빠르게 동시대 감수성과 유행을 보여주는 강력한 아이콘이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우선적으로 브랜드 네임이 살아 남아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화려하고 예쁘고 튄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고 이미 브랜드 언어 유희에 120%노출 되어 있다. 이미 볼만큼 봤고 들을 만큼 들었고 알만큼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특정 브랜드 네임이 각인 되기 위해선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한 싸움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