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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0년

[연예계 노이즈마케팅] 더는 아웃사이더 마케팅이라 부르지마라!

     


이틀 전만 해도 온/오프라인을 떠나 북한이  해안포로 연평도 내 군부대 및 민가를 공격한 사실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났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전쟁이 나는 것이 아니냐라며 갑론을박을 펼쳤고,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한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북한의 포격이 있은 당일 해병 2명이 목숨을 잃었단 소식이 들렸고, 오늘 아침에는 민간인 또한 숨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 시간 11월 25일 정오. 불과 이틀이 지난 이 시점에 네이버 및 각종 포털 사이트의 상위에 랭크된 검색어는 벤츠녀, 그리고 황정음이다.

벤츠녀란 벤츠를 타고 가던 한 여성이 차에서 내려 길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져있던 한 남성을 부축한 영상이 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통해 올라오면서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여성이 연예인 황정음이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추측이 이어지면서, 또한 이것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라는 설왕설래가 오가면서 황정음과 벤츠녀는 순식간에 국가적 이슈를 뒤엎고 당당히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것이다. 물론 단정지어 노이즈 마케팅이라 할 순 없지만 이틀 전의 중대한 사태를 생각한다면 이는 사람들의 이목을 제대로 끄는 노이즈의 하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청률? 광고주? PD? 파파라치?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스타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건 다름아닌 대중의 무관심이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만큼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곧 ‘밥숟가락’을 손에서 놓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욕을 먹을지언정 어떻게해서든지 대중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게 연예인들의 숙명이다. 실제로 연예계에서는 인기나 관심을 끌기 위해 욕먹기를 각오하고 일부러 문제거리를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연예계에서 이런 노이즈 마케팅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논쟁이 될 만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방송해 시청률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이용됐고 영화에서는 민감한 이슈로 논쟁을 일으키고 나서 작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다. 더욱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이에 대한 연예인들의 관심도 커지면서 노이즈 마케팅은 TV 프로그램, 영화 등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연예인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인기몰이’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예계의 노이즈 마케팅. 이런식의 마케팅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노이즈 마케팅이란 시장에서 상품과 관련된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화제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들여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의 한 종류이다. 상품에 대한 소음(noise)를 일부러 조성해 이를 판매에 이용한다는 뜻에서 전문가들은 이 상술을 '노이즈 마케팅' 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화제의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그 상품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며 이는 그 상품의 구매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노이즈 마케팅은 시장에 처음 출시되거나 인지도가 낮은 진입자에게 유용한 전략이다. 또한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단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인지도와 매출이 직접적인 양의 상관성이 있는 산업에 유효하다. 실제로도 언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노이즈 마케팅의 사례는 거의 대부분 이러한 특징을 몇 가지 분야에서만 한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생산자가 상품을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 경영활동을 뜻하는 마케팅은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대중문화 퀼리티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연예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노이즈 마케팅이다. 상품의 홍보를 위해 고의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노이즈 마케팅은 말이 많을수록 소비가 많이 되는 연예계에선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연예계 노이즈 마케팅의 몇 가지 방법들을 살펴본다.

   - 스캔들
검색어 순위를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스캔들만한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스캔들은 노이즈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애용된다. 최근 “신봉선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은 신봉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다”라고 밝힌 개그맨 박휘순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한 프로그램에서 ‘4년 전 신봉선이 박휘순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고, 1년 전에는 마음이 바뀐 박휘순이 신봉선에게 구애를 했으나 신봉선이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는 스토리를 고백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박휘순의 ‘양심고백’으로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려는 낚싯밥임이 밝혀졌다. 또한 개그맨 유상무 역시 최근 한 프로그램 녹화에서 “편집이 가장 무서운데 아무리 지루한 이야기라도 마지막에 스캔들로 마무리하면 편집이 되지 않는다”며 “나 역시 방송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제로 개그우먼인 김지민과 사귀었다고 말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의 생존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 선정성
선정성을 이용해 관심을 끄는 시도는 연예계 내부에서 끊이지 않는다. 영화 포스터에서 볼 수 있던 여배우의 ‘전라노출’, ‘노골적인 섹스신’ 등의 카피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가요계에서도 얼마 전 힙합그룹 허니패밀리가 성인 에로 여배우들을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켜 논란이 된 것처럼 선정성을 이용한 마케팅 사례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안방극장에 이 같은 마케팅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는 케이블 채널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시청률 확보 싸움에 원인이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나다 보니 좀 더 강도가 센 프로그램의 제작에 케이블 제작진이 열을 올리는 것이다. 단순히 여배우나 여성 출연자들의 노출을 통한 선정성 부각 뿐만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을 빙자한 토크 프로그램, 정보제공 프로그램,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이러한 마케팅을 택하고 있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알몸 위에 초밥을 접대하는 ‘네이키드 스시’를 방송해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가장 최근의 예라고 할 수 있다.

   - 사회적 이슈화

드라마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시도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드라마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을 출연진의 입을 빌려 얘기하거나,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노출장면을 삽입하는 등의 제작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특정직업을 비하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장유유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욕 하면서 보는 것이 안 보는 것보다 낫다’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드라마의 행태는 몇 년전부터 영화계에서 진행된 것이다. 사회 이슈와 결부시켜 영화를 홍보해가는 것은 동성애 논란의 왕의 남자, 한국기독교총연합의 반발을 유도한 다빈치 코드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때 그사람들’, ‘실미도’, ‘다빈치 코드’ 등처럼 개봉을 앞둔 영화가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에 침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럴 때 제작사나 홍보사 측에서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반색하는 경우가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고, 이것이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나아가 일반 산업군들에서도 노이즈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그 효과를 내고 있다. SSM과 영세 상인들의 논란이 가중되고 있을 때 진행된 값싸고 큰 '이마트 피자' 홍보, 청소년 유해성 논란으로 이슈를 일으킨 '네이버 거리뷰', 그리고 다중접속 역할게임인 '드라고나 온라인'의 게임 모델인 일본 AV배우 소라 아오이(그녀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수의 골수팬을 확보해있음) 등은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냐는 여러 사람들의 의구심을 들게 한다. 마케팅이든 아니든 노이즈는 확실히 일어난 것이 분명해보이고 인지도 확보에도 나아진 모습이 보이니 말이다.

      물론 마케팅은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수행된다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많은 좋은 점들을 제공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양면성을 가질 수 있는데 마케팅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마케팅의 일환 중 하나인 노이즈 마케팅도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과연 적절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소비자와 기업이 고민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수행하여 소비자들에게도, 기업에게도,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소구시킬 수 있는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