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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0년

[공짜마케팅]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한번이라도 ‘공짜’라는 단어에 흔들려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공짜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을 가졌다. 길을 걷거나 쇼핑을 하거나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다가도 공짜라는 단어가 눈에 띄면 누구든 한번쯤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마케팅이란 결국 소비자의 환심을 사는 활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짜와 마케팅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공짜’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의 기발한 공짜마케팅 사례 한가지를 간단하게 살펴보겠다.
 
최근 일본의 대학가에서 공짜 복사 서비스가 인기이다. 일본 게이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설립된 타다카피(Tadacopy)는 복사용지 뒷면에 대기업이나 학교 근처의 사업자들로 협찬을 받아 광고를 실음으로써 공짜 복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고주와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2년 만에 44개 대학으로 확대되었고 2007년 한 해 매출액만 2억엔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광고 전단지보다 자신이 직접 복사한 문서는 오래 간직되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높다. 

타다카피(Tadacopy) 이미지 출처:타다카피 홈페이지

공짜마케팅은 신규 회원 확보와 더불어 신제품의 판매 촉진, 시장 진입 등을 위해 서비스나 제품 자체를 공짜 혹은 덤으로 하나를 더 주는 등의 각종 경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이는 일단 공짜라 하더라도 고객의 환심을 사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제품 또는 브랜드를 대중화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매출 신장을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를 사로잡는 공짜마케팅>의 저자인 오익재는 공짜마케팅에서 제공되는 공짜 는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하였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살만큼 가치를 느끼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찾아내는 것이며 두 번째는 공짜 선물이 필요 이상으로써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공짜마케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질레트(Gillette)사의 면도기이다. 질레트사는 군대와 은행에 면도기를 공짜로 나눠주거나 헐값에 팔면서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상승시켰다. 최근에는 18세 생일을 맞이한 남자에게 자사에서 발송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신제품 면도기를 공짜로 나눠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공짜마케팅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공짜폰’은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할 정도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짜마케팅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나 단말기제조사가 지급하는 불법보조금 덕분에 공짜 핸드폰 사업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할부가 남아있기 때문에 ‘공짜폰’ 정말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통화료도 고객이 내야하기 때문에 질레트사의 사례와는 조금 다르다.


포털사이트들의 무료 검색 서비스, ‘알집’, ‘알약’같은 무료 백신 프로그램, 유투브(YouTube)처럼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전문사이트의 무료 저장소, 인터넷전화에 기반을 둔 스카이프(Skype)의 가입자 간 통화무료 서비스 등등 인터넷만큼 공짜가 많은 곳도 없다. 과거에 무료 서비스나 콘텐츠가 유료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미끼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게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 대부분은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그러다보니 대게 광고에 의존하게 되고 수익을 위해 광고시간을 늘이는 경향이 있는데 2008년 생겨나고 현재 미국 6위의 온라인비디오 브랜드인 훌루(Hulu)는 다르다.

훌루는 여러 방송사와 스튜디오로부터 공급받은 TV쇼와 영화들에 광고를 넣어 무료로 제공하는 웹TV 사이트이다. 그들은 오히려 광고시간을 대폭 줄여서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콘텐츠가 더 잘 기억되게 하였고 광과가 다른 미디어에서 보는 것보다 만족스럽도록 하였다. 결국 그 대가로 광고주로부터 더 많은 광고비를 받는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제공되는 무료 콘텐츠는 저작권을 쉽게 침해할 수 있어서 저작권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불법 음악, 영화시장은 이미 시장규모가 합법시장보다 클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유통업계의 1+1행사와 백화점 등에서 진행하는 경품, 사은품 행사, 무료 샘플 증정 또한 널리 알려진 공짜마케팅이다. 이 중에서 1+1행사는 불경기에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거나 보다 싼 것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매출을 신장시키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주로 대형마트에서 많이 하지만 요즘은 호텔 바에서 특정시간대에 음료 1잔을 주문하면 1잔을 더 준다던가 음식점이나 미용실에서도 활용된다.

기업들이 1+1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재고가 쌓이면 창고 비용 등이 증가하게 되는데 1+1행사를 통해 재고량을 조절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통업계에서 프로모션을 위해서이다. 기업이 짧은 기간 안에 판매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세 번째, 기업의 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경험시키기 위해서이다. 신제품의 기능과 품질은 우수한데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을 때 1+1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게 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네 번째, 인기 있는 품목에 자사의 비인기 품목을 끼워서 파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Microsoft Corporation)도 이러한 방식으로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끼워 팔아 성공하였다.


경품 및 사은품 행사도 다양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이불이나 주방 기기, 일회용 식품 등을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일반적인 행사에서부터 아파트, 자동차, 해외여행 등을 경품으로 내놓는 행사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불황일수록 경품 및 사은품은 고객을 끌어 모으고 매출액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부산울산경남 고객 대상으로 진행된 3억원 상당의 아파트 경품 현장 출처:연합뉴스 기사

공짜 샘플은 작지만 위력이 큰 공짜마케팅 전략이다. 샘플은 구매의도가 없었더라도 쉽게 받게 되는데 상냥하게 미소 짓는 점원으로부터 샘플만 받고 돌아서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일종의 죄의식이나 부담감을 느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료시식이나 무료샘플을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이 구매를 한다고 한다.


공짜마케팅이 위와 같은 장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 효과와 함께 단점들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 먼저 공짜마케팅은 비계획적인 구매인 충동구매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다소 부정적이다. 공짜라고, 싸다고 이것저것 사다보면 반드시 과소비로 이어진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면 불필요한 소비를 한 것이고 결국 소비자가 이득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어차피 나중에 샀을 거야’라고 합리화하기도 하지만 구매계획에 없던 제품에 대한 기회비용을 뺏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기업들은 공짜마케팅을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과연 공짜마케팅으로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그들의 충성고객이 되어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속적인 공짜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공짜’없이는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부정적 역효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에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공짜마케팅을 유지해야 한다. 또 공짜마케팅에 쉽게 현혹되는 충동구매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경쟁사에서 더 좋은 사은품이나 할인혜택을 제공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충성고객으로 보기 어렵다.

세 번째, 공짜마케팅으로 매출액을 단기적으로 증대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나 근본적으로 매출액 감소를 해결할 수는 없다.

네 번째, 공짜마케팅으로 인해 오히려 제품 차별화에 대한 지각이 약해지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질 수 도 있다.

다섯 번째, 공짜마케팅을 빙자한 사기수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공짜에 약한 사람들에게 경품에 당첨되었다고 속여 개인정보를 빼돌리거나 처음에는 알려주지 않은 것들을 나중에 부담하게 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등등 공짜마케팅에도 함정이 있다.


공짜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무한테나’ ‘아무거나’ ‘아무 때나’ 공짜로 주면 안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공짜마케팅으로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보다는 충성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 사이에 공짜혜택의 차이를 두거나 이동통신사의 마일리지 제도, 멥버십 서비스처럼 충성고객에게만 공짜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바로 디마케팅(Demarketing)이다. 최근에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만 쿠폰북을 보낸다거나 할인 행사를 알려주면 고객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고 충성고객의 가능성이 낮은 고객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무거나 공짜로 준다고 능사는 아니다. 타깃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관찰하고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여 기획한 공짜 상품을 제공해야 원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권 예매 시 여행보험에 무료 가입시켜준다거나 혼수용품 구매 시 무료로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것처럼 공짜마케팅도 원래 팔고자 하는 제품과 잘 연결되어야 효과적이다.

또한 공짜마케팅은 시행 당시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준비과정을 요하며 공짜마케팅으로 얻는 고객정보를 이후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참고자료: 오익재, 소비자를 사로잡는 공짜마케팅, 리더스하이,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