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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0년

[숫자 마케팅] 마케팅의 강력한 무기, NUMBER





11번가, 비타500, 2%부족할 때, 콘택600, 여명808....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바로 '숫자'다.

위의 상품들은 이름에 숫자를 집어 넣음으로써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품명을 각인시키며, 더 나아가서는 상품의 특성을 빠르고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즉, '숫자 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잇다.


숫자 마케팅이란?

사실, 숫자 마케팅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낯선 개념은 아니다.
숫자 마케팅이란 브랜드나 상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숫자와 연관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우리가 숫자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숫자가 갖고 있는 특성들이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숫자는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상징체계기 때문에
그 의미가 명확하다. 따라서 숫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기억하기 쉽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와 광고를 포함한 각종 마케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숫자는 비교적 기억하기 쉽고, 차별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의 숫자 마케팅

국내 시장에서 숫자 마케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상품은 삼천리 자전거와 콘택 600이다.

1952년 처음 시장에 등장한 삼천리 자전거는 최초의 국산 자전거로서 숫자 3000이 의미 하는 것은 '삼천리 금수강산'을 의미한다.
3000이라는 숫자를 통해서 국산 자전거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주입시킨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콘택 600은 1967년 출시된 코감기약으로 캡슐안의 알갱이의 수가
약 600개라는 제품의 특성에서 착안한 상품명이다. 약품이 히트하던 시절 실제 알갱이 수를 직접 세어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달렸던 제품이다. 비록 약품의 부작용 문제로 2004년 8월 콘택 600은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유한양행은 2006년 콘택 브랜드를 부활시켜 '콘택 골드'를 출시한다. 감기약=콘택600이라는 강력한 소비자 인식을 활용하기 위함으로 여전히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는 콘택 골드가 아닌 콘택600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때 숫자가 갖고 있는 강력한 힘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에 국내 숫자 마케팅의 성공사례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2%로 부족할 때', 드링크제의 골리앗인 박카스를 위협하고 있는 '비타500', 그리고 단기간의 고속성장을 통해서 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온 '11번가'를 비롯해서 국내의 숫자 마케팅의 성공사례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숫자 마케팅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위에서 언급한 숫자 마케팅의 사례들은 대부분 브랜드네이밍에서 숫자를 활용한 경우였지만,
숫자 마케팅에서 숫자가 선정되고 사용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숫자가 갖는 본연의 의미에 집중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숫자 1은 '첫째', '하나' 혹은 '최고'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광고 업계는 숫자 1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고라는 의미에서 '1등급 우유' '업계1위' 등은 상품의 우수성을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낸다.

반면에 홈쇼핑이나 할인점 등 유통업계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숫자 9의 활용이다. 20,000이나 19,900원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19,900원이 훨씬 싸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10이 되지 못한 9의 부족함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현대캐피탈 광고는 특정 숫자가 아닌 숫자 자체의 특성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숫자의 특성을 정의함으로써 본인들의 원칙과 철학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



두 번째는 숫자의 어떠한 상징성 또는 은유적 의미에 초점을 두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숫자 마케팅은 주로 이벤트나 전화번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벤트적인 측면에서 숫자 마케팅의 가장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방식은 예들 들면
'창사10주년 맞이 10%할인 이벤트' 같이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이벤트성 숫자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다.
11월 11일을 11번가 데이로 지정해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고 있으며, SKT 멤버쉽 포인트를 사용한 11%를 할인 이벤트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화번호를 이용한 숫자마케팅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숫자마케팅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2424(이사이사), 8282(빨리빨리), 4989(사고팔고) 등이 있으며, 이는 한국 분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세 번째는 연령을 이용한 숫자 마케팅이다.

구체적인 나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1318, 2030, 386세대 등은 동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소비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SK텔레콤의 TTL이라고 할 수 있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모델을 전면에 앞세워 감각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던 이 캠페인은 마케팅적인 효과를 뛰어 넘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였다.

'스무살의 TTL'로 이미 큰 성공을 경험한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최근에는 '3G' 혹은 '4G'를 강조하는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은 3세대 이동통신과 4세대 이동통신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숫자 하나를 바꾼 것 만으로 엄청난 발전이 있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기존 이동통신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효과적인 숫자 마케팅을 위하여...

숫자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첫 번째, 숫자는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숫자를 기억하기 쉬우려면 가급적 짧은 숫자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7-8자리 전화번호도 한 번에 기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기억력이다. 대부분 성공한 숫자 마케팅의 사례를 보면 대개가 2-4자리 숫자를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짧은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숫자에 어떠한 의미가 부여되어야만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힐 수가 있다.

두 번째, 제품의 특성과 기능을 반영해야 한다.
비타 500에서 500은 비타 500 한병에 포함된 비타민 500mg을 의미한다. 또한 최근 댕기머리 샴푸 CF는 한방원액이 33%가 포함되었다는 제품의 차별화된 특성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기능을 중요시하는 제품의 경우 상품 특성 및 기능 효용을 어려운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숫자로 제시하는게 타사대비 제품의 우수성을 고객들에게 인지시키고 차별화를 통하여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언어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004'라는 숫자의 뜻은 ‘천사’를 의미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숫자다. 더불어 서양에서는 7이 행운의 숫자이고, 중국에서의 행운의 숫자는 부(富)를 가져다 주는 8이다.이처럼 동서양의 언어적 문화적 인식의 차이에 따라 숫자가 의미하는 뜻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구성해야 한다.


숫자는 무조건 좋을까?

이와 같이 숫자는 고객들에게 상표명을 단시간 내에 인지시키고 상품의 컨셉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용될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장점들 때문에 숫자 마케팅이 많이 활용되는 것은 맞지만 숫자 마케팅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처럼 숫자 브랜드를 포기한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텔은 새로운 칩을 개발할 때마다 숫자로 된 상품명을 사용했다. 우리가 예전에 익숙하게 사용했던 286 컴퓨터, 386컴퓨터, 486컴퓨터라고 부르던 것도 인텔이 80286, 80386, 80486 칩을 사용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인텔은 더 이상의 숫자이름을 쓰지 않았고, 80586칩을 사용한 586컴퓨터가 아닌 '펜티엄'이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시도했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인텔이 수십년 동안 유지해오던 정책과 브랜드 파워를 포기한 이유는 더 이상 숫자 브랜드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며...

숫자 마케팅은 분명 상대적으로 활용하기 쉽고 효과도 좋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마케터들은 숫자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숫자 마케팅은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며, 여기에 마케팅 컨셉에 입각한 상품이 수반되어야만 비로소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