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출연하는 ‘도망자’라는 드라마의 방영과 함께 비의 ‘먹튀’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인터넷에 관련 글들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 전에는 ‘PD수첩’도 취재에 착수했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이다. 첫 번째는 비가 최근 자신의 소속사인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주식 보유분을 전량 매도하였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는 제이튠엔터터엔먼트의 계열회사인 제이튠크리에이티브가 2008년 2월 런칭 한 SIX TO FIVE라는 브랜드에서 거액의 광고료만 받고 발을 빼버렸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첫 번째 문제는 법적인 책임여부를 떠나 도의상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이튠캠프라는 실질적 소속사는 따로 만들어 놓고 상장사 제인튠엔터터엔먼트의 대주주로 있다가, 오른 주가로 팔고 빠지는 행위는 누가보아도 ‘먹튀’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논란인 SIX TO FIVE에 관한 문제는 측은한 면이 없지 않다.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하고 메인 광고모델로도 나선 브랜드를 런칭만 하고 발 빼려고 했었겟는가. 게다가 본인의 오랜 숙원이 디자이너였다는데. 필자의 기억속에도 브랜드 런칭 시 비가 연매출 100억을 장담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민망한데, 본인은 얼마나 민망할까. 개인적으로 비의 열정적이고 열심인 모습에 자주 자극을 받는 바,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은 SIX TO FIVE를 예로 스타가 만든 브랜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스타가 만든 브랜드?
근본적으로 연예인이 만드는 브랜드에 대해서 필자가 부정적인 이유는 스타라는 인적자원에 너무 종속되기 쉽다는 점에 있다. 한 순간에 뜰 수도 있고 금방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 스타이다. 즉, 이런 스타를 브랜드 화시켜 상품을 전개시킨 다는 것은 스타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브랜드가 스타를 광고에 활용하다가 그 스타가 스캔들에 빠진다면 광고모델을 바꾸면 되지만, 스타가 만든 브랜드는 스타가 스캔들에 빠진 순간 스타와 같이 수렁에 빠진다. 하지만 SIX TO FIVE가 런칭 된 2008년 2월부터 폐업한 2009년 5월 사이에 비는 특별한 스캔들이 없었다. 오히려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새신’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비에 대한 인지도는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SIX TO FIVE는 왜 실패했을까?
‘스타가 만든 브랜드’가 ‘스타 브랜드가 되기까지’
SIX TO FIVE가 단지 스타가 만든 브랜드에서 머물렀기 때문이다. ‘스타가 만든 브랜드’와 ‘스타 브랜드’는 다르다. 전자의 예가 SIX TO FIVE라면, 후자의 예는 제니퍼로페즈의 J.Lo이다. 스타가 만든 브랜드는 스타의 아이덴티티를 적절히 반영시키고, 적절한 상품 군을 만나 그 상품에 맞는 성공요소를 소구하면 성공적인 ‘스타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대표적 할리우드 ‘스타브랜드’인 J.Lo의 경우를 살펴보자. 제니퍼 로페즈는 최고의 가수, 배우, 섹시, 당당, 건강미 등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녀는 ‘패셔니스타’로써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패션산업에 진출하게 된다. 게다가 토미 힐피거의 동생인 앤디 힐피거와의 파트너쉽을 구축함으로써 패션산업에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패션아이콘으로써 자기 자신을 상징화 시켰으며, 할리우드의 최신 패션을 반영한 유행성까지 갖추었다. 패션상품에서의 성공요소인 정통성, 상징성, 유행성을 모두 도출하여 성공적인 ‘스타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이에 반해 SIX TO FIVE는 브랜드 창출 과정에서 스타가 가진 아이덴티티티를 브랜드에 적합하게 녹여내지 못하였고, 패션산업에서 브랜드가 가져야 하는 성공요소를 간과하였다.
비가 가진 아이덴티티는 젊음, 귀여움, 열정, 섹시, 춤, 건강함 등이다. 이런 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패션 분야를 선택한 것까지는 비교적 좋은 선택이었다. 비는 각종 매체에서 선정한 패셔니스타 순위 5위 이내에 거의이름을 올려 왔으며 피플 지 선정 아름다운 10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브랜드에 적합하게 녹여내는 데는 실패했다.
SIX TO FIVE의 두 가지 실패원인
첫 번째, 비라는 인물과 SIX TO FIVE 간의 연계를 실패했다. 먼저 SIX TO FIVE라는 브랜드 네임을 보았을 때 비가 떠오르는가? 제니퍼 로페즈가 J.Lo 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자신의 브랜드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한 것과 천지차이이다.
SIX TO FIVE의 상징하는바 및 심벌인 로켓을 보면 문제가 더 확실해 진다. SIX TO FIVE는 인간이 갖고 있는 오감을 뛰어넘어 육감을 내포하는 새로운 감각적인 감성과 문화를 추구한다는 의미. 물론,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감성적 느낌을 주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비가 가진 아이덴티티와 연계성이 너무 떨어진다. 오히려 비가 가진 열정이나 섹시함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 네임을 설정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SIX TO FIVE의 심볼인 ‘로켓’은 오감을 뛰어넘어 육감을 아우르는 진취적인 감성과 시공을 초월하는 미래지향적 도전정신을 상징한다는데, 저 비의 아름다운 등근육과 공상과학만화에 나올 것 같은 저 로켓과 별이 어울리는가?
게다가 SIX TO FIVE는 패션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정통성을 놓쳤다. J. Lo가 앤디 힐피거와 손잡고 그녀 자신이 전문 패션 인이 아니라는 약점을 보완하고 뉴욕 션위크 컬렉션 등을 통해 정통패션브랜드 임을 강조한 데 반하여, 비는 정통성에 대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가 디자인에 참여하기는 하느냐는 식의 의혹만 불러일으켰다. 의류브랜드로써 정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월드스타 비, 다음에는 잘 준비된 브랜드로써 세계를 누비기를...
이와 같은 이유로, 비와 그의 소속사가 야심차게 런칭한 SIX TO FIVE는 런칭한지 1년 5개월 만에 인터넷상에서 정가의 20-30%에 땡처리 처분되고 있다. 2001년 제니퍼 로페즈가 J.Lo를 런칭 하여 2004년에는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자신의 스타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격상시킨 것과 매우 대비되는 결과이다. 물론, 수십편의 영화를 찍고 전 세계적으로 음반을 판매한 J.Lo라는 슈퍼스타와 아시아의 스타 비의 스타성 차이, 할리우드의 체계적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우리나라의 인맥중심 매니지먼트 차이 등 때문에 단순히 두 브랜드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아시아에의 비의 인지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신중하게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했다면 매우 다른 결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음반 등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예전만큼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지금,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비가 다음에는 잘 준비된 브랜드로써 세계를 누비길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권민외3인, 스타워즈엔터테인먼트마케팅,고즈윈,2006
'스타가 만든 브랜드'와 '스타브랜드'라는 단어와 브랜드 J.Lo에 대한 예시는 위 책에서 요약발췌하였음을 밝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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