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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포장의 진화 - 1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키가 큰 편이지만, 남자답지 않게 왜소한 편이라 패션에 늘 제약이 많았다. 특히나 일반 통바지를 입을때면 바람이 불때마다 미친듯이 펄럭거리는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서 볼 때마다 ‘하체부실’ ‘허약체질’ ‘약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웠다.

 하지만, 그런 그가 어느날 ‘스키니진’ 이라는 바지를 알고 이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그는 미운 오리에서 ‘패션감각있다’ ‘세련되었다’ ‘최신유행이다’ 라는 말을 들으며 패션의 백조로 등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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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이 입으면 패션아이템, 일반인이 입으면 주책아이템이 된다는 스키니진

 위의 예는 다소 논란이 있을수 있다.(현실에서 스키니 입은 남자를 볼때마다 느끼는 필자의 감정이란...22세기 미래 이미지를 표방한답시고 머리를 박박 밀고 나타난 이쁜 여배우를 보는 느낌이랄까..아무튼.) 그러나, 우리가 언급하려고 하는 이야기, 포장이라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엔 제법 적절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신을 그냥 드러내놓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환경, 지위에 맞게 치장할줄 알았고, 결점을 감추고, 보완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갔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어떤 특정행동들을 보이면서 말이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의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품이라는 본체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제품은 박스안에 들어가있고, 리본을 달고, 색을 입는다. 우리는 제품을 둘러싸는 이러한 모든것들을 ‘포장’(여기서 언급하는 포장은 단순한 포장지에서 부터 단단한류의 포장용기까지 포함한다)이라고 말한다.


 포장의 일차적 기능은 단순히 제품을 보호하는 차원이지만, 감성마케팅이 부각되는 현시점에서는 그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만났을때 제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가장 첫 단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고급 향수나 귀금속류의 제품를 떠올리면 으레 리본묶인 금가루발린듯한 조그마한 상자안에 들어있을것 같지 않은가? 그럼 정육점 고기는? 적어도 금가루 발린 상자는 아닐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상품을 받기전의 둘러쌓인 포장에 의해 1차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포장은 실속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용량을 달리하여 파는 제품들(절약형 세제, 노래방용 과자, 맥주의 큐팩등)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이에 따른 효용을 채워주고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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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약형 세제의 예. 근데 요새 이것도 비싼것 같다.

 그러나, 포장은 엄밀히 말하면 포장이다. 뱀이 몇십년 묵는다고 용이 되고, 원숭이가 몇십년 묵는다고 사람이 되는게 아닌것 처럼, 그 한계는 명백히 존재한다. 그 한계의 첫째는 제품의 보조수단에서 포장이 출발했다는 점이다. 제품이 없거나 이상하면 포장 또한 존재가치가 없다. 따라서 포장은 단순히 1차적인, 그리고 단기적인 이미지 형성(제품이미지에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 금가루 발린 상자를 열어보니 갖가지 오물이 정성스레 들어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다음에 그와 비슷한 상자를 보면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받기 싫은, 반전이 숨겨져 있는듯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워질 것이다.

 두 번째는 포장=돈 이다. 포장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포장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면 1차 이미지 구축이 주는 이익보다 비용이 주는 불이익이 더 커지게 된다. 그렇게되면 소비자는 포장을 뗀 제품만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최근에는 포장을 간결화, 단순화 하는 곳도 늘기 시작했다. 포장에 신경쓸 돈을 차라리 다른곳(사회 환원, 기업투자, 소비자 이익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입장에서 보면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마케팅적 전술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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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지향의 '러쉬'의 소개문구. 이제 포장은 쓰레기랜다..흠;;

2편에서 계속...
                                                                                                 - 작성자 : 우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