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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포장] 작고 가벼운 책들이 뜬다

출판업계에 부는 작고 가벼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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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서점가의 책들 사이즈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소설, 인문학 도서의 대세였던 223*153mm 신국판 사이즈의 비중이 줄어들고, 더 작은 판형이나 단행본 형태의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의 '컨텐츠'가 아닌 '외형'의 변화가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하고 매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양장본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페이퍼백이나 문고판이 나오는 것이 관례적인 미국, 일본 출판시장과 달리, 단일형태(주로 양장본) 출판을 고수하는 한국 출판업계에서 책 가격은 그동안 거품이 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불황과 소비자층의 다양화가 필요 이상으로 '럭셔리'하던 책의 외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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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용으로 서재에 모셔둘 것이 아니면 아예 핸디하게 만들어진 책들이 직장인,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가방에 잘 들어가고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보기에 적합하다. 가격도 5000~8000원대로 부담이 적다. 이런 핸디북들이 서점뿐 아니라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간편함과 휴대성에 소구하고 있다. (가격+휴대성)

그 외에도 양장본이지만 아담한 사이즈로 출판해서 독자의 구매심리를 사로잡는 경우도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시작으로 한 일본소설들이 '작고 세련된 디자인의 양장본'이라는 컨셉으로 특히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고, 요즘은 한국 여성 소설가들도 이러한 트랜드를 따르고 있다. (디자인+휴대성)


가벼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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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크기뿐 아니라 종이 제질도 변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되던 미끈하고 무게있는 '미색모조지' 대신 '이라이트지', '그린라이트지' 등의 거친 느낌의 가벼운 종이가 사용된 가벼운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04년 첫 이라이트지를 사용한 책이 출판되었을 때 거친 재생지의 느낌 탓에 소비자들의 까칠한 반응을 사기도 했지만 '가볍고 눈에 부담을 덜주는 고급용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꾸준히 보급되었다. 기존의 미색모조지보다 가볍지만 두께감은 1.34배나 있어서 적은 페이지로도 '그럴싸한' 두께의 책이 나온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게+품질)

요즘 왠지 책이 두께에 비해 술술 읽힌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의 책읽기가 빨라졌다고 자만하기 전에 두께에 비해 페이지수가 적은 종이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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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지식의 소스가 책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 '포장'의 변화. 인세 중복의 문제나 단행본 출판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등 한국출판업계에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가격하락과 선택의 다양성, 편의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모니터를 통해 스크롤을 내리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책이 더욱 편리하게 다가온다면 IT 대세 속에서도 '책의 문화'가 더욱 훗날까지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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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par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