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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거꾸로 바라보면 톡톡 튀는, 역발상 마케팅(Reverse Marketing)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추첨을 통해 상품권 주면 간단하고 좋죠. 그런데 멍멍이도 하고 음메도 하는 이벤트를 우리도 꼭 해야 되는 겁니까? 왜 꼭 연인 이벤트를 하죠? 크리스마스에 돈은 쓰고 싶은데 애인은 없고 집에서 특선 영화나 보는 솔로들을 이벤트 타깃으로 잡으면 안 되는 겁니까? 내가 아는 어떤 여자도 멋있고 시크한데 애인 없습니다. 그런 외로운 솔로들을 자극하는 멘트, ‘크리스마스에 확 비나 쏟아져라!’”

 

위의 대사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했던 대사입니다. 솔로인 저는 당시 현빈의 대사가 귀에 쏙 들어왔는데요, 그렇게 공감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꼭 연인들만을 위한 날은 아니지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뿐만 아니라 화이트 데이, 발렌타인 데이 등등 각종 ‘-데이는 오로지 커플들을 위해서만 만들어졌고, 커플들만을 공략하는 마케팅이 진행되어왔습니다. 그래서 솔로들은 이런 기념일에 매번 소외될 수 밖에 없었는데, 최근 이런 스페셜 데이에 커플이 아닌 솔로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보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을 역발상 마케팅(Reverse Marketing)’이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는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제품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자들과 비슷하고 진부한 마케팅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는데요. 이때 역발상 마케팅만큼이나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마케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역발상 마케팅>에서 저자는 역발상 마케팅을 창의적 뒤집기 마케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 기존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거꾸로 뒤집어서 그 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잠재 니즈를 끄집어 내는 것이 바로 역발상 마케팅의 의미이자 목적인데요. 이런 역발상 마케팅의 성공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러시아에서 에어컨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러시아?’하면 추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에서 에어컨을 파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나가던 개가 비웃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LG전자는 이런 기존 상식을 깨고 러시아에 에어컨을 팔기 시작했고, 현재 러시아에서 에어컨을 가장 많이 파는 선두 기업이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예상과 달리 1년에 4개월 정도의 여름이 있습니다. 비록 여름의 최고 온도가 25도 밖에 되지 않지만, 추위에 익숙한 러시아 인들에게 이 4개월 동안의 더위는 정말 참기 힘들다고 합니다. LG전자는 시장조사를 통해 이를 파악하고 러시아에 난방 기능을 겸한 에어컨을 수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러시아 에어컨 시장에서 3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호텔 로비가 24층에?

서울 파크 하얏트 호텔은 1층에 로비가 없다고 합니다. 건물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만 떡 하니 버티고 있다고 하네요. 처음엔 호텔스럽지 않은 입구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사실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24층 로비에 올라가면 한강과 주변 경치를 한 눈에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체크인을 하려면 24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얼핏 보면 고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역발상을 통해 보다 더 고객 중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호텔과 차별화를 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속옷도 패션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속옷은 겉옷 안에 감추는, 기능적인 역할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몇몇 패션 브랜드에서 유명 연예인을 중심으로 속옷 패션을 선보이더니 최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속옷 패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청바지 위로 살짝 드러나는 브랜드 로고가 하나의 포인트 아이템이 되어 남녀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시스루 패션이 인기를 끄는 등, 이전에는 감춰져야만 했던 속옷이 이제는 드러내야 하고 뽐내야 하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이 경우 또한 이전에는 생각할 수 조차 없었지만 고객들의 잠재된 니즈를 끌어내어 성공한 역발상 마케팅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역발상 마케팅은 기존 상식을 뒤엎는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수많은 비슷한 제품과 마케팅이 난무하는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라? 전에는 없던 건데 어떻게 이런걸 생각했지?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브랜드 파워의 증대로도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이미 알려진 브랜드에 대해서도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속옷 브랜드들도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속옷=패션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속옷 브랜드를 넘어선 패션 브랜드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역발상 마케팅은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서 한동안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마케팅 방법입니다.

 

물론 역발상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시되어서는 안될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역발상 마케팅을 시도했다가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 기발하거나 참신하다고 해서 다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 되었다는 거죠. 앞서 소개했던 LG전자의 성공사례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LG전자가 꼼꼼하고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보다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역발상 마케팅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진부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참신한 발상이라고 해도 이 또한 타기업들이 모방하고 시간이 지나 소비자들이 익숙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참신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 역발상 마케팅은 한번의 시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상의 전환, 상식 뒤집기가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현재 충족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의 잠재 니즈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역발상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