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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4년

소비자에게 돌직구를 던져라! : 단순화 마케팅

  돌직구는 강렬하다. 이리저리 피하거나 돌리지 않고 핵심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돌직구는 사람들에게 어떤 쾌감과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이러한 돌직구는 마케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매일 수많은 광고 메시지와 정보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재화 하나를 구매하는데도 소비자에게 수십 가지의 정보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와 마치 대학교 기말고사 시험범위만큼이나 소비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노트북을 사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가 노트북 하나를 구매하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과 의사결정 과정은 많고도 복잡하다. 사무용인지 비즈니스용인지 게임용인지를 따지고 나면 그래픽 카드 등 메인보드의 스펙에서부터 노트북의 무게, 화면 크기 등등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라면 진저리가 날 만큼 많은 정보들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닌다. 사진은 국내에서 노트북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노트북 홈페이지이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노트북 모델의 수는 무려 108개나 된다.


  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시장에 관한 모든 정보를 인식하고 수용하여 최적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의 인지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대안의 선택에 근거가 되는 모든 제공되는 정보들을 알지도 못하며 알더라도 수용 능력에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수용 가능한 정보들만을 토대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데 H. Simon은 이를 제한된 합리성이라고 말했다. 다음의 통계 결과들은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일반적인 슈퍼마켓들은 4 만개의 상품들을 들여놓고 있는데, 일반적인 구매자들은 이 중 15~20 가지 만의 상품을 한번의 쇼핑 동안 구매할 뿐이고 연간 400 가지 정도만을 구매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 케이블TV 채널의 수가 105개인데 이때 시청자들이 일주일 동안 시청하는 채널의 개수는 평균적으로 고작 15개 정도일 뿐이라고 한다또한 최고급 스마트폰의 기능들 중 일반적인 소비자가 사용하는 비중은 30% 뿐이 안 된다고 한다.

 

단순화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지닌 제한적 합리성은 단순화 마케팅이 충분한 효과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단순화 마케팅은 무엇인가?


첫째, 단순화 마케팅은 구매경로를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구매의사결정과정에서 마주치는 정보들의 숫자와 접촉횟수를 줄여주고 간단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대안들의 탐색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더 빠르게 결정에 이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혀주는 것이다. Option이 너무 많으면 소비자들은 뭘 선택해야 할 지 몰라 혼란을 느낀다. 따라서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줄이거나 제품 간의 1:1 비교를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다.


최근 CEB 연구는 단순화 마케팅의 효과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단순화의 정도를 계량화한 결정 단순화 지수(Decision Simplification Index)’를 통해 나타내는데 단순화의 정도는 ‘1)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쉽게 이해하는가 2) 소비자가 정보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3) 소비자가 얼마나 쉽게 옵션을 정하는가에 의해서 측정된다. 결과에 따르면 결정을 20% 더욱 단순하게 만들었을 때, 고객충성도가 96% 증가했으며 구매확률은 86%, 타인에 대한 추천의사는 11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화 마케팅의 사례 : 애플

 

단순한 마케팅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애플를 들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노트북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정보들과 회사별로 제공하는 노트북의 라인업이 대단히 많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애플은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단 두 종만을 판매한다. 또한 여러 화려하지만 복잡한 기능들과 높은 스펙을 자랑하는 타회사들의 광고와는 달리 맥북은 기능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디자인만을 강조한다. 미국 소비자 만족도 지수 (ACSI)를 보면 노트북에 대한 고객만족도에서 애플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함은 물론 시장 점유율 또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맥북프로()와 맥북에어()


맥북에어 광고 스틸샷


세계 넷북 시장 점유율


미국소비자만족도(ACSI)


노트북 시장은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은 줄곧 아이폰 한 종류만을 생산하되 혁신의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승부하면서 다양한 갤럭시 라인업을 내놓고 있는 삼성과는 대조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리딩 브랜드로서 위치하고 있다.

 

단순화 마케팅의 다른 사례 : 현대카드


국내에서 단순화 마케팅의 사례로는 현대카드의 챕터2’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3년 현대카드는 단순화와 특정고객에만 집중하는 디마케팅을 컨셉으로 내세운 챕터2’전략을 내놓았다. 기존에 22개나 되던 종류의 카드들을 적립형인 M카드와 캐쉬백형인 X카드 단 두 종류로 압축해 버림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쉽게 만들었다. 그 결과 현대카드 이용고객의 월 평균 이용금액은 60만원에서 86만원으로 상승했고 출시 1년만에 200만장 이상을 발급하는 성과를 올리며 신한카드와 함께 신용카드업계의 리딩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단순화 마케팅의 전망 : vs 복잡화

 

최근 애플이 스마트폰 신제품인 아이폰6와 더 큰 화면의 아이폰6 플러스를 선보였다. 더불어 아이폰의 보급형인 아이폰6c도 출시될 전망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고집해왔고 유언으로도 남겼을 만큼 중요시 했던 아이폰의 단일화를 깨버린 애플의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1위 기업이자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워 복잡화 전략을 사용 중인 삼성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낮은 생산비용을 통한 물량공세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산 스마트폰들에 맹렬히 추격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가 단순화 마케팅으로 대표된 애플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 또한 복잡화 마케팅을 사용하는 신한카드에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설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이용하고 싶어하는 신용카드로 1위에 신한카드(17.5%) 2위에 현대카드(14.3%)가 뽑혔다. 그러나 막상 시장 점유율을 들여다보면 신한카드가 20%를 현대카드가 11.2%를 차지하고 있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소비자코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카드를 출시한 코드9’ 프로젝트를 통해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신한카드는 2,2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장은 단순화 마케팅과 복잡화 마케팅의 치열한 대결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화 마케팅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산과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는 저비용 고효율 전략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안탐색과 선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간편한 전략이다. 반면 복잡화 마케팅은 기업의 입장에서 공격적인 자본 투입과 물량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는데 효과적이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needs를 충족시켜주는 전략이다.


단순화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지닌 다양한 needs들 중 핵심적인 것에 소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어필하는 것이지 그것이 소비자의 요구와 희망사항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서른 한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중 먹고 싶은 맛을 고르는 것처럼 고르는 재미도 소비자가 추구할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복잡화 전략에 맞서서 단순화 전략이 살아남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우선순위들 중 핵심을 찌르는, 바로 돌직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OPUS YONSEI 12기 이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