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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4년

공유가치창출 마케팅(CSV)

  언제까지 기업에게 책임만을 요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업은 언제까지 이미지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기꺼이 동참해 나갈 수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일방적으로 기업에게 사회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라는 무형의 대가를 쥐어준다. 하지만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도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다면 어떠한가? 공유가치창출 마케팅(Creating Shared Value, CSV)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win-win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주고 있다.

 

CSV란 무엇인가?


 CSV2011년 마이클 포터가 Harvard Business Review를 통해 주창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CSV마케팅이 제시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CSR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CSR은 주로 기업이 명성관리의 일환으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자 지역사회에서 소위 장사를 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마땅한 비용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CSV는 기업의 일방적 ‘give’가 아니라 기업과 사회 간의 ‘give & take’가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CSV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sharing’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전까지의 sharing이 기업이 창출한 이윤을 나누는 재분배의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면, CSV에서의 sharing은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과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통합하여 서로의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총량을 함께 확대해 나가는 개념이다. CSV로 인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그 성공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이 새로운 흐름은 더욱 확대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CSV의 세가지 접근 방식과 성공사례


, 제품과 시장에 대한 재구상



사회의 환경보호에 대한 요구는 오랫동안 기업의 이윤추구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기업의 제품 구상에 통합시킴으로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바로 GE社의 ‘Ecomagination’ 전략이다. GE社는 2005년 자신들의 미래 전략 방향으로 Ecomagination을 발표하였다. Ecomagination이란 친환경적 상상력을 의미하며, 생태학을 의미하는 Ecology GE社의 슬로건인 ‘Imagine at work(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합쳐져 만들어진 조어이다. 이러한 전략 하에 GE社는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기관차와 LED, 친환경 고효율 홈빌더 프로그램 등의 대표상품들을 만들어냈다. 또한, 매년 공개하는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 의하면 GE의 지위드 한외여과막기술(ZeeWeed Ultrafiltration Membrane Technology) 등을 통해 폐수를 정화하고 물의 재사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GE社는2015년에도 약 10조 정도를 친환경 연구개발(R&D)에 계속해서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GE社의 사례는 환경적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 사회적 요구를 시장으로 끌어와 개척하는 것이 실제로 기업에게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CSV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가치사슬의 생산성에 대한 재정의


  가치사슬이란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이다. 이 중 원재료의 조달 방식에 친환경적 접근을 함으로써 CSV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사례로 Nestle社의 Nespresso가 있다. 보통 커피시장의 원두 공급은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가난한 농부들로부터 이루어진다. 제대로 된 보상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원두 생산의 생산력은 계속해서 과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재배 농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원두 재배를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에 Nestle社는 CSV의 개념을 조달방식에 도입하여 혁신을 시도하였다. 원두 재배자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은 농법을 교육하고, 그들의 삶이 지탱될 수 있도록 은행에서 융자를 내어 주었으며 안정적 원두 생산을 위한 비료 등에 많은 부분을 투자 하였다. 또한, 더 질 좋은 원두를 생산해내는 재배자들에게 프리미엄을 지급함으로써 생산자들에게 질 좋은 원두를 생산할 만한 동기를 부여하였다. 이를 통해 원두 생산 농가들의 빈곤 문제가 해결되고 이로써 그 지역 지역사회가 활성화 되었으며, Nestle社는 안정적으로 질 좋은 원두를 수급 받을 수 있게 되어 보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자칫 무관해 보이는 원두 재배 농가의 사회적 문제를 자신들의 이윤 추구 활동의 가치 사슬에 통합시킴으로써 생산성 증대를 거둔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분배 및 유통 방식에 CSV적 접근을 통해 성공한 사례도 존재한다. Unilever社의 ‘Project Shakti’가 바로 그것이다. Project Shakti는 인도의 북부지방인 힌두스탄 지역에서 실시된 프로젝트로, 빈민 여성을 농촌의 유통채널로 고용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유니레버는 인도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기업의 이윤을 창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들은 농촌에 거주하는 빈민 여성들을 모집하여 직무교육 및 위생, 건강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교육받은 여성들을 유니레버의 직원으로 고용하여 유통 및 판매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여성 인권문제를 해결하면서 빈민층의 고용 창출을 통해 그들의 경제적 독립을 가능케 해주었다. 또한 이 여성들을 통해 유니레버의 유통채널을 확보함으로써 기업 차원에서도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셋째, 지역 클러스터 구축


   

기업은 사회와 동떨어져 혼자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믿을 만한 지역 공급업체, 도로와 통신과 같은 인프라, 재능 있는 인력과 효과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 등의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의 비료회사인 Yara社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유통 인프라가 농부들로 하여금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같은 제품의 구매를 저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Yara社는 약 600억원을 투자하여 항만과 도로 시설을 정비하였다. 이를 위해 Yara社는 각 국의 정부를 설득하였고 그 결과로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약 200만명의 소규모 농지에서의 수요가 창출되었으며 3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더 나아가서 인프라의 구축을 통해 그 지역 농업종사 클러스터가 더욱 견고해짐으로써 Yara社의 제품을 소비해 줄 안정적 소비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의 CSV


지난10 21일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인민망과 한국마케팅협회에 의해 ‘2014 한중 CSV 경영포럼이 개최되었다. CSV 경영대상은 중국 인민망과 한국마케팅협회가 한중 양국의 공동산업발전을 위하여 2013년 제정한 시상제도로, 공유가치 경영을 잘 실천하고 있는 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수여한다. 올해의 수상자는 한국암웨이와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 등이었다.

 

삼성전자는 사회공헌을 기업경영의 중심전략으로 내세우며 교육, 고용 및 의료보건 분야의 5개 대표 프로그램을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지역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현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4대 무브(Move)사업인 이지무브, 해피무브, 그린무브, 세이프무브 사업을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암웨이는 좋은 생활, 좋은 사회를 향한 한국 암웨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중소기업과의 상생 프로젝트, 국내 기업의 우수한 제품, 컨텐츠 및 기술 수충 지원 등을 통한 CSV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공유가치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CSR CSV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CSV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초기적 단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예로 2014 CSV 경영대상을 수상한 현대 자동차의 무브(Move) 프로젝트는 이 프로젝트를 여전히 사회 공헌 활동이라고 소개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또한, 일방적 공헌인 CSR과 달리, CSV는 기업의 경제적 이득도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보다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아직 국내 기업 중 CSV의 효과를 입증할 만큼의 장기적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CSV를 받아들이는 출발선에 섰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신호일 것이다.

 

CSV는 일반적으로 물건을 판매하여 이를 통해 바로 효과를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아니지만,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요구를 자신들의 이윤추구 전략에 통합시킴으로써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 모델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마케팅 패러다임이다. 외국의 여러 성공사례에서도 확인 하였듯 그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기존의 마케팅 전략보다 오래 걸릴지라도 한번 그 효과를 확인하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OPUS YONSEI 12기 조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