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래버레이션 마케팅
L.less 홍덕기
지난 2015년 겨울, MBC의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무도드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경매를 통해 결정된 출연료를 지불하는 대가로 무한도전 멤버들을 타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그 수익을 전액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방송에 출연했던 영화사들과 MBC의 프로그램 측에서는 멤버들을 데려가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고, 그 덕에 총 수익금 5000여만원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냈다. 각 영화와 프로그램들은 비록 많은 돈을 지불하긴 했으나, 무한도전 멤버들을 출연시킴으로써 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위의 사례처럼 서로 성격이 다른 두 대상 사이의 합작, 즉 ‘컬래버레이션’은 오래 전부터 흔히 해오던 마케팅 방식이다.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히 두 대상을 하나로 더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다른 두 대상을 합침으로써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기대할 수 없었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은 처음에는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사람, 두 기업이 함께 작업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타켓층을 공유하는 기업끼리 함께 진행하는 마케팅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그리하여 본 글에서는 비교적 최근 이루어진 제품 차원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사례 중,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의 사례
Case 1) 편의점
편의점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편의점에서의 컬래버레이션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형태는 바로 제조사와 편의점 사이의 협업을 통한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상품이다. 즉, 편의점 PB상품은 유통업체가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톡톡 튀는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랑받고 있다.
일례로 GS25에서는 2014년 (주) 오모리와 기술제휴를 통해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단순히 잘 팔리는 것을 넘어 GS25에서 판매되는 라면들 중에서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이미 출시한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올 상반기 GS25의 컵라면 매출 순위 1위 역시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다. 기존 라면들이 대부분 봉지라면을 출시한 이후에 컵라면을 출시한 것과는 반대로,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컵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그 이후 봉지라면이 출시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세븐일레븐과 롯데제과의 협업으로 출시된 ‘롯데요구르트젤리’ 또한 출시 한 달만에, 젤리 제품으로서는 처음으로 과자류 판매 1순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그에 따라 딸기, 사과 등 다양한 맛이 출시되었다. 그 외에도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거나 기존 제품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Case 2) 패션
패션업계 역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관찰하기 쉬운 산업 중 하나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H&M은 2004년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유명 브랜드·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다. H&M이 협업하는 브랜드들은 대개 명품이라고 할 만한 높은 가격대의 옷들을 판매하는 만큼, H&M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적당한 가격에 좋아하는 브랜드·디자이너의 옷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5년 H&M과 발망이 컬래버레이션했을 당시에는 며칠 밤을 새워 기다릴 정도로 고객이 모이면서 당일 오전에 대부분의 상품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H&M은 기존의 기업 이미지보다 더 고급스러운 옷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고, H&M과 협업하는 디자이너 역시 좀 더 폭넓게 자신과 자신의 옷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다. 한편, 일본의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역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데, 이들은 패션 브랜드 외에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더 다양한 대상과 협업하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Case 3) 화장품
그러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을 보장하는 필승 전략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실시했다가 실패했던 사례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던 ‘무도드림’에서는 참여했던 영화들이 각자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무한도전의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무도드림’ 방영시점과 개봉 시점이 길게는 1년 이상 차이가 났다는 점과 영화 자체의 재미가 관객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점 등 때문에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H&M 역시 발망과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 이후 다로 다음 해에 겐조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는데, 난해한 디자인과 높은 가격대로 전년도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야심차게 컬래버레이션을 했으나, 한정판매의 수요를 채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호차를 기증받았던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그 차를 중고차 시장에 되팔기까지 했다.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역시 단기적으로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나름 고가의 브랜드에 속하는 빈폴 액세서리도 과거 친숙한 반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덜한 카카오 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사이의 조화를 이뤄내지 못했던 바가 있다.
결국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실시할 때는 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소비자의 욕구 사이의 간격을 좁혀줄 수 있는 대상을 주의해서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물론 두 협업 대상 간의 조화 역시도 필히 고려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두 기업의 소비자들 간에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 해당 컬래버레이션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물론,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비교적 쉽게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히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스스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협업을 통해 타 기업의 이미지에 의존하다보면 브랜드 자체가 구축해야 하는 이미지가 흐려질 수도 있다. 때문에 컬래버레이션으로 그 순간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원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3/13/0200000000AKR20150313166100030.HTML
http://factoll.com/page/news_view.php?Num=2383
http://www.b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953
출처
서울경제, 유행 타는 컵라면… ‘PB제품’이 대세, 2017.06.29
뉴시스, H&M-발망 콜라보… 완판 눈앞 ‘대박’, 2015.11.05
이데일리, 화장품도 ‘덕후 전성시대’… 캐릭터 콜라보에 빠지다, 2016.08.29
더피알, 캐릭터 콜라보의 명암,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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