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리서치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크게 정량적(Quantitative), 정성적(Qualitative)방법으로 나뉘죠. 물론 이 두 종류의 리서치를 병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설문조사와 같은 정량적인 방법보다는 정성적인 방법에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하자면 ‘숨겨진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량적인 방법에서는 소비자 스스로가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걸 원합니다’하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만, 사실상 자신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needs, wants가 존재하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랄드 잘트만(Zaltman) 교수에 의하면 소비자의 말로 표현되는 욕구는 겨우 5%에 불과하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95%의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면 진정으로 소비자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거겠죠. 그래서 오늘은 마케팅 리서치 중 정성적 방법에서 사용되는 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제 마음대로 흥미롭다고 느낀 방법들을 살펴보도록 할까 합니다. J
우선 소비자가 언어로서 직접 말하지 않은 wants, needs를 읽는 정도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소비자의 행동 관찰하기 → 소비자의 내면 읽어내기 → 소비자도 모르는 잠재의식 끌어내기 요렇게 3단계로 발전 시킬 수 있는데요. 여기에 각각 해당되는 정성적 방법들을 살펴보면요,
1. 소비자의 행동 관찰하기: 관찰법
관찰법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행동을 오감을 활용해서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왠지 좀 creepy하네요 ㅎㅎㅎ 소비자가 구매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하여 구매 패턴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wants, needs를 읽어내는 방법입니다. 소비자가 설문 조사와 같은, 말로서 표현해 내는 조사 방법에서 나타내기를 꺼렸거나, 아니면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했거나 등의 이유로 말과 행동이 상반될 경우에 도움이 되겠죠. 소비자가 언어로 말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지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선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 수반 되어야 합니다. 아! 성공적인 관찰법의 사례론 펩시 콜라가 유리병을 무거워 하는 소비자를 보고 코카콜라보다 먼저 페트병에 제품을 출시한 경우가 있다네요.
2. 소비자의 내면 읽어내기: Laddering, FGI
Laddering, 우리의 언어로는 ‘사다리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은 주로 짧은 질문-대답-질문-대답의 형식으로 이루어 지는데요, 수단-목적 사슬(Means-End Chain)이론에 입각해서 제품의 속성과 고객의 편익, 가치 간의 관계를 파악, 연결시키면서 마치 사다리를 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 나가는 겁니다. 말이 좀 어렵죠^^; 좀 더 쉽게!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관련시켜 제품 속성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를 알려주는 방법 입니다. 예를 들어 “왜 김밥 천국에 가는가? →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 →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왜 중요한가? → 현명한 돈의 사용은 나를 기분 좋게 하기 때문”과 같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제시어에 따라 어떻게 연상을 하는지, 질문과 응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속성, 추상적이며 감성적인 편익, 나아가 개인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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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는 고객이 중요시 하는 가치와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속성 등이 있겠죠?>
다음으론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알아보죠. 한국말로는 표적 집단 면접법이라고 하는데요, 진행자가 6~10명의 응답자들과 함께 어떤 주제에 대하여 토의하는 면접방법을 말합니다. FGI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들의 내면적 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제품 아이디어와 기존 제품의 다른 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소비자들의 독창적인 활용 방법이나,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 아이디어 등등을 부가적으로 득템할 수 있죠. 근데 이 방법에서는 사회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서 풍부한 관련 지식 외에도 상당한 토론 스킬이 필요하다고합니다. FGI의 성공 예로는 제가 쓰고 있는 치약의 회사인 Arm & Hammer는 주부를 대상으로 FGI를 실시한 결과 자사의 베이킹 소다가 원래 목적인 요리 이외에도 주방과 화장실 청소, 냉장고 등의 냄새 제거와 같은 탈취제로도 쓰인다는 것을 파악한 후 소비자에게 베이킹 파우더의 다양한 용도를 알려줌으로써 매출을 신장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투사법은 자신의 내면적 동기를 자신도 잘 모르는 경우에 이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1940년대 후반 네스카페 인스턴트 커피를 개발한 네슬레는 판매가 부진하자 주부 대상으로 인스턴트 커피 구입을 꺼리는 이유를 질문하였는데, 주부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향기와 맛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실제 테스트 결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보다 내면적인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 투사법을 사용했는데요, 100명의 주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의 주부들에게 가상 부인의 쇼핑목록을 보여주었는데 한 쇼핑목록에는 네스카페 인스턴트 커피, 다른 쇼핑목록에는 맥스웰 하우스 그라운드 커피 (원두커피)를 보여준 뒤에 가상의 부인에 대해 묘사하라고 한 결과 네스카페 인스턴트 커피 목록이 있는 부인은 맥스웰 하우스 그라운드 커피를 사려는 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게으르고 낭비가 심한 사람이라고 묘사하였답니다. 네슬레는 투사법을 통해 주부들이 인스턴트 커피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가 남들에게 자신이 부정적으로 보일지 모른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편의성보다는 여성의 당당함으로 바꿈으로써 인스턴트 커피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요, 미국 주부들이 선호하는 바퀴벌레 약 중에서 스프레이형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보고서가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죽은 바퀴벌레의 모습을 그리라고 한 결과 거의 대부분의 여성이 남자와 비슷한 모습의 바퀴벌레를 그렸다고 합니다. 또한 바퀴벌레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남편에 대한 감정이 유사하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다니 왠지 저는 슬프기도 하고.. 암튼 뭔가 싫네요 ㅎㅎㅎ 저도 나중에는 저런 마음이 들게 되는 걸까요 ㅎㅎㅎ
<바퀴벌레 = 남편?????>
마지막으로 ZMET (Zalt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 잘트만 은유 유도기법)입니다. 이 방법은 위에서 말한 잘트만 교수가 개발한 툴인데요, 고객이 무의식 속에 갖고 있는 니즈를 비언어적,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은유적으로 유도해서 파악하는 분석방법입니다. 주로 1:1 면담으로 진행되는 데, 참여자에게 특정 상품 또는 브랜드에 대해 2주 정도 숙고하게 한 후,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해 주는 사진, 그림 등 이미지를 수집해 오도록 합니다. 이후 연구자는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된 이미지를 해석하고 소비자의 사고의 틀을 분석하는 데, 12∼20명의 고객에게 실시하여 유사성, 특성 등을 찾아 공통테마를 파악하고 이를 다시 꼴라쥬나 모자이크로 재창조하여 소비자들의 정신세계를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유명한 사례로 코카콜라(오늘 많이 나오네요 ㅎㅎ)와 모토롤라가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ZMET을 통해 ‘코크 coke’의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FGI와 설문조사에서는 코크의 이미지가 "에너지 충전, 갈증해소, 해변의
즐거움" 등으로 나타났는데, ZMET 조사 결과 코크가 활기차고 사교적인 느낌뿐 아니라 의외로 "고요함, 쓸쓸함, 정신이완"의 느낌도 함께 전달하는 것을 보였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축구경기장에서 명상하고 있는 불교 수도자"의 이미지를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이 때 나온 유명한 말이 "Two Drinks in One"인데요, 말 그대로 하나의 음료에 상반된 두 이미지가 들어있다는 말입니다. ZMET 실험 후 코카콜라 경영진들은 결과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연구자들이 제시한 "Two drinks in one"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이제까지 코카콜라의 절반만을 마케팅하고 있었다"고 아주 멋드러지게 표현했답니다.
<만물엔 음양이 공존하는 법..coke은 밝은 이미지 외에도 의외의 정적인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Surprise~>
모토롤라는 신제품 컨셉 개발과 브랜드 네이밍에 ZMET을 활용했는데요, 새로운 주택 보안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참여자들에게 안전한 혹은 불안한 상황에 대한 느낌을 표현토록 요청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개"의 이미지가 담긴 그림과 사진을 수집해 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착안해서 이를 신상품 포지셔닝과 브랜드 네이밍 전략에 활용해서 제품의 기술적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대신에 "친구·동료"의 정서적 이미지를 강화했고, 브랜드명도 "The Talkatron"에서 "The Watchdog"으로 변경했습니다.
물론 이상의 방법이 절대적인 것도, 또 사용한다고 해서 매번 성공하고 고객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좀 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통찰력을 얻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 기업의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소비자 심리를 꿰뚫는 눈 : 통찰력(Insight) 곽준식 리앤디디비 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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