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 마케팅
TEAM L.LESS
유가현 이예진 최지원 홍덕기
1. 가심비 마케팅의 개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그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2018년의 10대 트렌드를 예측했다. 그 중 2018년의 소비 트렌드를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 바로 플라시보 소비이다. 플라시보 소비는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지만 긍정적인 믿음만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것을 의미하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자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보다 마음의 만족감을 주는 것에 더 많은 지출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플라시보 소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심비’인데, 가심비란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단어인 가성비에서 파생된 단어로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뜻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유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의 만족감을 채우는 것을 더 중시하며, 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단어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이미 작년부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고, ‘탕진잼’, ‘시발비용’ 등의 표현 역시 가심비를 중시하는 현재의 소비 패턴을 요약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 역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이를 일컬어 가심비 마케팅이라고 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해 소비하는 가심비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그에 따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의 가심비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2. ‘가심비’ 마케팅 사례 1
‘가심비’ 마케팅은 가격 대비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뜻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사례에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주관적이면서도 다양한 방면에 적용되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안전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먼저 꼽힌다. 가심비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가격 대비 성능 즉 효율성만을 추구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유해물질 생리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가성비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에 제품 안전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에 먹거리와 생필품 등 사회의 전반에 걸쳐서 ‘케미컬 포비아’와 같이 화학물질에 공포를 느끼는 증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가격 대비의 ‘성능’에 대한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은 불안감으로 인해 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소수만 사용했던 친환경 생리대가 오픈마켓의 판매 상위권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일부 천연소재 생리대는 품귀현상까지 보였다. 특히나 100% 천연 펄프로 만든 생리대의 경우 일반 생리대에 비해 가격이 약 3배 정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유해한 화학물질로부터 안심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때문에 평소에는 예상 소비자가격 등이 현저히 높아 출시를 진행하지 못했던 제품이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추세이다. 전에 없던 생리컵, 천연 생리팬티 등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으며, 안정성이 입증되었음을 확실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소비자의 ‘가심비’라는 심리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가심비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안전 문제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식품 업계라고 할 수 있는데,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천연성분을 찾는 ‘노케미족(No-chemi族)’ 또한 가심비 마케팅의 타겟이 되고 있다. 이들은 제품의 성분을 꼼꼼히 살피고 화학물질이 최소화된 것을 찾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심할 수 있다면 비용지불도 망설이지 않는다. 이에 동물복지 계란 등의 천연∙유기농 식료품 매장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사업체들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을 조절할 예정이다. 동물복지 계란은 일반계란이 개당 200원 정도일 때, 400~500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한국자연환경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결과,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에 대해 알게 된 후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70.1%나 차지 했다. 이 같은 구매의사는 2012년 36.4%, 2015년 66.6%에 이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항생제 계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동물복지 계란은 일반제품보다 훨씬 많은 가격이 책정됨에도,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제품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더 비싸더라도 지불하게 된 비용을 ‘위안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이러한 ‘위안 비용’을 소비하면서 그 만큼의 비용에 따른 만족감 및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3. ‘가심비’ 마케팅 사례 2
또 다른 가심비 마케팅의 사례로는 굿즈 마케팅을 들 수 있다. 소비자가 소비를 할 때에, 애정을 갖고 좋아하는 대상에 관련해서는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소비를 하게 된다. 굿즈를 사면서 마음의 만족을 얻는 과정 자체를 즐김으로써 가심비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굿즈 마케팅이다.
굿즈 마케팅은, 상품이라는 의미의 ‘Goods’와 마케팅의 합성어이다.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다. 굿즈는 ‘상품’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도서, 영화, 카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게 사용되며 특정 인물이나 그 작품 및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자신이 좋아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콘텐츠가 담긴 상품은 모두 ‘굿즈(goods)’라는 개념에 포함된다. 굿즈는 모든 콘텐츠가 담길 수 있는 기념품이며 판촉물이자 그 자체로도 상품이 된다. 굿즈 마케팅은 주로 특정 분야의 ‘덕후’를 타겟으로 한다. 여기서 덕후는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매니아를 의미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상품을 사는 데에 있어서 어떠한 노력과 열정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특별한 시장의 특별한 소비자인데, 최근 이러한 모습이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며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굿즈마케팅의 대표 사례이다.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텀블러, 컵 등의 굿즈를 판매하는 것에 더하여, 충성심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년 스타벅스 다이어리 굿즈를 내놓는다. 많은 음료를 구입해야 다이어리를 얻을 수 있더라도, 그리고 다이어리가 판매촉진을 위한 미끼 상품임을 알면서도 ‘스벅덕후’는 다이어리 굿즈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소비자는 다이어리 그 자체를 구입한다기 보다, 스타벅스 다이어리 굿즈에 담긴 스타벅스의 정체성과 희소성 높은 한정판을 소유했다는 심리적 만족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의 만족 지점을 파악하고 충족 시켜주는, 가치와 경험을 물질화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굿즈마케팅은 가심비 마케팅으로서 활용된다. 실제로 2014년 당시 스타벅스 연말 다이어리 마케팅이 이슈를 끌며 215억원의 효과를 거두어들였다. 이후 스타벅스 디자인 상품 매출은 매년 5, 6%씩 순증하고 있다.
영화 굿즈 시장은 이미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영화사, 수입사, 영화관 등 다양한 영화 관련 업계에서 굿즈를 제작하며 영화업계는 굿즈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J CGV는 영화 덕후들 사이에서 ‘덕질할 맛 나는’ 굿즈들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디즈니와 손을 잡고 ‘미녀와 야수’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내놓아 엽서, 펜, 티백, 키링, 캔들 등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을 사로잡는데에 성공하였다. 포토티켓은 출시 당시 굿즈의 용도로 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애정하는 영화의 가치를 오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포스터를 포토티켓으로 인화하여 소장함으로써 CGV의 상징적인 ‘굿즈’가 되기도 하였다. 다른 영화관들보다 CGV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싶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영화 관객들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굿즈 마케팅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자신이 마음을 쏟은 영화와 관련된 가치 자체를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한 가심비 마케팅인 것이다.
4. 나아갈 방향 및 주의점
더이상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맞아 지금은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보다 나를 위한 소비 확산 경향을 보이며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주 소비층이 되는 요즘, 가격과 성능의 만족은 기본으로 심리적 안정성까지 주는 가심비 마케팅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신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심리를 지속해서 만족시키기 어렵다.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교감하며 고객의 관점에서 소통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가격대비 만족도를 고려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 소비는 앞으로 더욱더 개인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가성비만 따지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행해졌던 소비에서 ‘나’ 중심의 소비로 바뀌면서 소비 형태도 ‘심리적 만족 극대화’와 ‘불필요한 소비의 최소화’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보인다. ‘심리적 만족 극대화’의 극단적인 예시로는 비싸도 안심이 되는 ‘위안 비용’,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느끼는 ‘탕진 비용’,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지출하는 ‘시발비용’등이 해당한다. ‘소비의 최소화’의 극단적인 예시로는 평소에는 최대한 아끼다가 한, 두가지 품목은 고품질, 고가제품을 선택하는 ‘일 점 호화’현상을 들 수 있다.
한편 듣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물질적, 또는 정신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감성팔이와 감성마케팅은 구분되어야 한다. 한쪽의 이익을 위해서 공유되지 않은 가치와 감성을 강요하는 감성팔이는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을 충족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감성 마케팅과 다르다. 사람들의 감성까지 자극할 수 있는 가심비 마케팅은 일방적인 가치 강요가 아닌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제품은 더는 정형화된 물건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어 자신의 이야기가 투영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가심비’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 소비자의 관점에서,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마케팅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매일경제, ‘워라밸’ 세대 영향력 커지고 ‘가심비’ 따져 소비, 2017.10.30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718103
뉴스컬쳐, ‘굿즈마케팅’에 열광하는 덕후의 지갑이 열린다! ,
http://newsculture.heraldcorp.com/sub_read.html?uid=92242§ion=sc155
소비자평가,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굿즈(Goods) 마케팅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4729
1boon,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라, 가심비 트렌드. 2017.12.18
http://1boon.daum.net/kbskong/5a35dfdaed94d20001cdce92
서울신문, 가습기살균제·달걀·생리대… ‘케미컬포비아 사회’, 2017.08.24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825001013
미디어펜, "뭘 먹고 써야하나"…'케미컬 포비아' 확산, 2017.08.23
http://www.mediapen.com/news/view/294403
https://brunch.co.kr/@se7376/42
http://www.theb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3853
http://news.joins.com/article/2228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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