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깨달은 것은, 여행이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자 하는 호기심에 떠났던 여행의 끝자락에서는, 언제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틈에 섞여 고민과 걱정 모두 잊은 채 현실과 동떨어져 지낼 수 있는 시간.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한 학기 동안의 바쁜 학회 일정을 모두 끝내고, 또 정신 없이 펼쳐질 다음 학기가 시작하기 이전에 다녀온 일본 여행은 그러한 점에서 시간적으로 우리에게 적절한 휴식의 기회가 되어주었다. (여행하는 동안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말자는 굳은 약속과 함께….) 또한, ‘휴식’이라는 의미에 있어서 일본 규슈로의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규슈가 몇 년 전부터 “로하스 규슈”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로하스(LOHAS)’란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로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하는 생활태도를 의미한다. 규슈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여성여행객의 관심이 집중되는 휴식(Relax), 건강(Health), 미(Beauty)라는 3가지 테마로 ‘질 높은 여행 = 규슈’라는 컨셉으로 규슈 관광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성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고급 일본식 료칸이나 고급 스파 등 규슈의 고품격 관광 소재 활용을 극대화했다.
유후인은 이러한 ‘로하스 규슈’를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아닐까 한다. 마을길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상점들, 역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유후다케 산의 장관 뿐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온천들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휴식과 함께 자연까지 강조하는 로하스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규슈의 온천여행이라 하면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오이타현의 뱃부지역이다. 뱃부는 일본 내 온천용출량 1위의 지역으로 이미 관광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휴식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친화적인 마을, 유후인이 또 다른 온천관광지로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유후인이 삶의 질을 강조한 온천여행지로서 주목 받게 된 것은 마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난한 농촌 마을이던 유후인에는 몇 차례나 댐이나 골프장, 리조트 건설과 같은 개발계획이 세워졌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의 유후인을 지켜낸 것은 주민들 스스로였다. 주민들은 현대식 개발 프로젝트 보다는 전통과 자연을 보존하면서 건전한 보양온천 관광지로서의 유후인을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를 목표로 ‘마을가꾸기 운동’을 펼치고, 독일의 온천휴양지로 시찰을 보내 발전 방법을 배워오는 등의 노력이 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된 오늘날의 유후인을 있게 했다. 유후인의 아기자기한 상점들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후인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의 느낌은 관광지라기 보다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큰 건물 하나 없는 거리와, 그 거리를 따라 늘어선 작은 상점들, 그리고 유후다케의 모습 뿐이었기에 ‘여기에 뭐 볼 게 있다는 거지?’라는 의문을 들게 했지만,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갈수록 우리는 어느새 유후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여행지 유후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남학우들 역시 유후인을 떠나는 시간이 되자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이니. 비록 우리는 뱃부에 숙소가 있었기에 유후인은 구경만 하고 돌아왔지만,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떄는 꼭 아담한 온천이 딸린 료칸에서 머물며 긴린코 호수의 아침 안개도 구경하며 유후인에 그대로 살아있는 자연과 전통을 맛보리라 다짐했다.
일본에서 연인들이 가장 가고싶어하는 여행지로 꼽히기도 했다는 유후인은 ‘로하스 규슈’라는 일본 규슈 정부의 캠페인과 유후인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삶의 질을 중요시하고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준 관광 마케팅의 한 성공사례가 아닐까 싶다. 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유후다케와 유후인의 모습
'Marketing Review > 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연아'마케팅? 김연아'마케팅'? (1) | 2010.03.06 |
---|---|
두근두근 tomorrow, 삼성과 올림픽 마케팅 (0) | 2010.03.04 |
네트워크 마케팅 2 :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징 및 활용 (0) | 2010.03.02 |
그래,우린 아직 2등이다! "2등 마케팅" (1) | 2010.02.25 |
[쉬어가기] 현대자동차의 비교광고 열전 (3) | 2010.02.20 |
광고, 틀을 깨라! (0) | 2010.02.18 |
대박과 쪽박 : 일본 JR 에키벤 VS 한국철도 레일크루즈 해랑 (8) | 2010.02.18 |
[Chasm 이론]Chasm의 중심에서 갈등을 외치다 (1) | 2010.02.03 |
성공적인 포지셔닝을 위해서 (0) | 2010.01.29 |
닌텐도 Wii의 스타 마케팅 활용 - 고정관념을 넘어서 (2) | 2010.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