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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0년

[Chasm 이론]Chasm의 중심에서 갈등을 외치다


 주변인들 가운데 아이폰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대세는 아이폰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옴니아에 데인 적이 있는 개인적인 심상에서는 스마트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이는 “써보지 않고서 평가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다. 물론 자금이 충분하다면 한번 사보고 아님 말겠지만, 휴대폰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노예계약’이라고 불리는 통신사 정책의 힘을 빌려서까지 구매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지금 필자는 Chasm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안사는 것 뿐이다. 못.. 못... 못사는게 절대 아니다.

1. Chasm 이란?

Chasm이란 첨단기술 수용론이다. 원래는 지각변동 등의 이유로 인해 지층 사이에 큰 틈이 생겨서 서로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이나, 90년대 이후 마케팅 이론으로 확립되었다. 첨단제품의 초기 수요자와 그 이후 주류 시장의 수요자들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제품을 보통 구매하게 되는데, 초기 수요자들은 혁신성으로, 주류 시장 수요자들은 실용성을 이유로 제품을 구매한다. 이때에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계를 캐즘(Chasm)이라고 한다.

혁신소비층(Early Adoptaers)이 대중 소비층(Majority)가 되기 전 단계에 틈(Chasm)이 있다.


처음 MP3Player가 국내에 등장하였을 때에는 32Mb정도 하는 작은 용량에 다운로드 속도도 거진 한 곡에 10-15분정도가 소요되었다. 이때에 소비자들 가운데 매우 혁신적인 고객층은 고가의 MP3Player가 탑재된 CDPlayer나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MP3 파일 포맷의 실용성을 문제 삼고 구매하기를 꺼려했다. 오히려 MP3 시장이 사장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카세트 테이프에서 CD로 기술이 이전되는 단계에서는 음질이 체감할 정도로 좋아지지만, MP3는 음질의 대부분을 상쇄시키고, 뿐만 아니라 시장에는 고음질, 녹음, 영구 저장이라는 특성을 가진 MDPlayer라는 새로운 매체가 이미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뉴밀레니엄의 시대를 경험했던 소비자들이라면, 음악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MP3파일 포맷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고, “소리바다” 소송과 같은 문제가 PR(Public Relationship)을 통해 대두되면서 자연스레 MD플레이어는 시장에서 사장되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당당하게 음원을 구매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음원을 팔기도 하는 새로운 MP3 파일 포맷 시장이 열렸다. 이에 동영상을 첨가한 MD4시장까지 발달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이러한 폭발적인 시장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소니가 출시한 MD플레이어. 시장에서 밀려나 사장되기에 이르렀다.

2. Marketing에서의 Chasm

이렇게 Chasm을 넘어서 시장의 주요 소비층에게 실용적으로 인식이 되고 폭발적인 구매 단계를 거치는 것을 Tornado 단계라고 한다. 즉 제품이 혁신 소비층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넘어가는 Chasm의 단계만 넘어서면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시장에서 사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Chasm을 넘어서는 대안으로 Marketing의 역할이 크다. 사실 혁신 소비층에게 Marketing은 직접적인 문제 상황이나, 혹은 욕구를 충족할 요소가 적다. 오히려 상품 자체의 특성이나 독창성이 혁신 소비층에게는 더욱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주요 소비층에게 이러한 특성이나 독창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Marketing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거 MP3Player의 사례를 통해 마케팅의 역할을 피력해보자.

가장 먼저 기술적인 발전, 시장의 숙성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기존에 MP3 파일 포맷은 몇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우선적으로는 파일 포맷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점, 다운로드 받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됐다는 점, 저장하는 매체의 저장 용량이 매우 작았다는 점, MP3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는 점, 소비자가 음악에 대해 편리성 보다는 음원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먼저 파일 포맷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들어, 시장에서 파일 공유 프로그램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음원 파일을 얻을 수 있었다. 다운로드 시간은 의외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쉽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따로 다운로드 센터를 만들지 않고서도 광랜의 발전이 인터넷 속도를 개선하였고,

아이리버가 출시한 MP/CD 플레이어, 얇은 두께로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굳이 MP3 다운로드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속도의 개선을 소비자들이 원했기 때문에 쉽고 빠른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되었다. 저장하는 매체의 용량은 반도체 메모리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황의 법칙 :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씩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32Mb의 반도체는 5년 후면 1Gb가 되고 10년 후면 32Gb가 된다- 해결이 되었다. 국내에서 휴대용 음원기기를 만드는 회사는 당시 LG와 삼성뿐이었는 데 시장이 성장기로 넘어가면서 아이리버와 같은 휴대용 음원기기 제작사가 등장하여 시장을 장악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소비자가 MP3 파일 포맷이 음질을 저해하고, 편리성이 높기는 하지만, LP를 소지하고 있는 것과 같이 CD를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CD 구매자들이 대다수였고, 이들은 소수의 MP3 파일 포맷 사용자들의 저작권 위반 문제를 들어 시장에서 MP3 플레이어를 몰아내려고까지 하였다. 이때에 음원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일언반구의 말 없이, 단순히 제품을 만들기만 했다. 시장에서 Noise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대응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대신에 MP3Player가 CD플레이어 보다 훨씬 뛰어난 휴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대량으로 PR 및 홍보하였다.

3. 소비자의 심리적 인지

이렇게 Chasm 단계에서는 대부분 기술의 혁신이 문제이라기 보다는 소비자의 심리적 인지가 문제가 된다. 즉,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술의 문제라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반면에, 소비자의 인식은 매우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것을 변형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소비자의 인식은 말 그대로 무형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성이 되었는가를 알기는 어렵다.

MP3플레이어 말고도 넷북의 발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사실 2005년도만 해도 노트북이라는 상품 자체가 이동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노트북이 크고 작은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데스크탑과 거의 동등한 성능의 고사양 노트북이 인기였고, 이 때문에 13인치 이상의 노트북만이 시장에 존재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넷북이라는 것이 시장에 등장하였고, 노트북이 가질 수 없는 경량의 욕구를 해결하였다. 소비자들은 노트북과 넷북을 아예 다른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오히려 넷북시장이 노트북시장의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트북의 크기는 점점 작아져서 넷북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것 역시 수많은 PR과 버즈 관리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혁신층의 특성이 인터넷 버즈를 만든다는 점이고, 대중 수요자들은 그들의 버즈를 따라가고 싶은 욕구가 형성되게 된다. 이에 기술이 맞춰 반응하게 되고 시장은 Chasm이라는 벽을 넘어 Tornado 단계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수반된다. 예를 들어 무선 인터넷 가입자에게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넷북을 끼워파는 형식이 그 노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소비자들의 기술에 대한 거부감, 즉 Chasm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관점의 Marketing이 수반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첫째로, 혁신층의 관리이다. 앞서 밝힌 바대로 혁신층은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접해보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에 대한 평가를 해오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그들의 버즈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약에 이들의 버즈가 GOOD 이나 NOT Bad가 아닌 Bad, 혹은 SO Bad가 되버리면 Chasm을 벽을 뛰어 넘기는 커녕 그대로 시장에서 사장된다. 이에 소비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툴이 존재한다. 혁신층을 대상으로 컨소시엄이나 시연회를 갖고 그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버즈를 양성할 기회를 마련하거나, GOOD 버즈를 양성한 혁신층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두 번째로, 대대적인 PR과 판촉이다. 앞의 혁신층 관리가 여의치 않을 때에는 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버즈를 양상하는 방법이다. 가장 저급의 방법이 사용자들을 유치하는 것이다. 관심이 크게 없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는 효과도 적을뿐더러 그 효과를 측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PR을 통해 공공의 성격을 갖는 버즈를 양상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소비자들이 기업이 스스로 만든 PR에 대해 완벽히 신뢰하지 않고, 더러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지속적인 Noise도 제품이 Chasm에서 사장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소비자의 인식에 제품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인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장애요소를 제거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꼭 필요 욕구가 들지 않더라도 상당한 가격 할인 정책을 통해 할인된 만큼의 만족을 거둘 수 있는 방법으로 단기간에 적합할 수 있으나 장기간 제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chasm을 넘기위해 기업들이 버즈 양산에 나섰다. 삼성 모바일의 코비폰 런칭 행사


4. Chasm의 중심에서 갈등을 외치다.

Chasm은 더 이상 첨단 제품에만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굉장한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모든 시장, 분야에 필요하다. 즉 새롭게 출시되는 모든 제품들이 Chasm의 단계를 거친다는 의미이다.

상품의 진열대에서 갈등을 해본 적이 있는 가? 갑작스럽게 어느 순간 자신에게 어떠한 상품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가? 그렇다면 당신은 Chasm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사실 그 Chasm의 단계에서 마케팅이 줄 수 있는 마법은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혁신적인 제품을 더하거나, 시장의 환경을 바꾸거나, 경쟁자의 유사한 제품 출시를 기대한다거나, 가격을 낮추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소비자들의 인식에 그 제품이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이다. Chasm의 중심에서 고민하고 있는 마케터로써, 갈등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의 가치를 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그때.. 그거, 살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