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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새로움에 시달리는 당신을 위한 푸념

 슈퍼에 달걀을 사러 갔는데, 언제나 그렇듯 달걀파는 코너엔 'New'가 떠있다. 뭔가 해서 봤더니, 세상에 이런일이!! 인삼만 먹던 녀석이 이젠 DHA가 뿌려진 유기농 야채까지 곁들여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선농부 김씨가 놀랄 신세계가 도래한것이다!! 게다가 그런녀석이 알까지 낳았다. 이름하야 '로얄DHA후레쉬유기농어머니마음달걀' 얼마나 간단한가? 게다가 한개에 겨우 만원! 가격도 참 착하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그냥 라면에 풀어먹을 달걀을 찾고 있었다. 저걸 살바에 차라리 라면에 내 코를 풀어먹지. 다같은 단백질일테니.

 위에 글을 읽으면서, 이젠 달걀도 한개에 만원이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화성인은 없길 바란다. 하지만 저 얘기에는 우리들의 공통적인 공감이 하나 있으리라 믿는다. 바로 New가 우릴 괴롭게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분명 소세지 한봉지가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맛도 없는 야채를 쑤셔박기 시작하고, DHA를 뿌리기 시작하고, 아무맛도 안나는 녹차에 담그고, 생전 첨 들어보는 알파벳 몇글자(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미국 무슨기관 인증 이런거)를 새겨넣기 시작하더니 가격은 어느새 껑충 뛰어 올랐다. 물가가 올라서 그렇다? 아니 왜 가격 유지하는 신기능은 개발안하는지 몰라. 대량생산의 잇점은 다 어디로 까먹는건지. 게다가 내가 원하지도 않은걸 이렇게 만들어 내다니. 이것도 능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새 이렇게 하도 능력있는 제품들이 많다 보니, 평범한 제품들이 오히려 '신상품'으로 보일 지경이다. 

 마케팅에서 New 강박증은 다른 세계의 것보다 더하다. 아니, 너무 심하다. TV를 켜면 너도나도 New,New,New를 외친다. 물론 광고의 기능이 제품을 알리는 것이긴 하지만 '신제품만' 알리는건 너무 편협한 것 아닌가? 실제로 한번 tv를 켜고 몇분동안만 광고를 보자. 대부분 신제품에 대한 광고뿐이다. 기존 제품을 알리는 광고를 가끔 본다면, 코카콜라나 페브리즈 정도? 이 회사들은 신제품 만들줄 몰라서 안만들까. 마케팅계에서 두번째 자리주면 서러워할 회사들이? (물론...저중에 만들어본 회사도 있지만...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 한제품으로 이토록 오래 광고한 회사도 드물것이다. 게다가 질리지 않도록 날마다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란. 새로움은 이런 방식으로 추구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이 팔아야 한다. 여기서 좋은 제품은 신제품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신제품은 단지 '좋은제품'의 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요새는 좋은제품으로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신제품으로만 경쟁하려고 한다. 제품이 상대적으로 반응이 좋아서 그러는건지, 아님 관성에 젖어서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신제품이 좋으면 말을 안하겠다. 하지만 필요없는 기능들이 이것저것 달리기도 하고, 잔고장이 많기도 하고, 정말 이걸 어디다 쓰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 속빈강정같은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이지 new한 제품들이 아니라 newless 한 제품들이 자주 보인다.(newless: new와 useless의 합성어. 새롭지만 쓸데없는. 그냥 내가 만들어 본 언어계의 신제품.누가 만들었을라나) 그리고 이런제품들은 대게 '비싸다'. 기능이 첨부되거나, 더 좋아졌는데 가격은 그대로인 제품은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라나. 그리고, 이렇게 비싼 신제품이 나오고, 망하게 되면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을까. 그러면 기존에 팔던 제품가격을 올려서 손해를 충당하려나. 까지껏 '물가가 올라서 어쩔수 없다' 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겠지만.

 물론, 신제품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지나친 경쟁만 야기하는것 같다. 그리고 그 지나친 경쟁의 탄알들은 전부 소비자에게서 착출한다. 소비자가 왕이 아닐때도 있지만(병원에서 환자가 원하는대로 진료를 한다면..망우리공동묘지 장기숙박하는거다), 그렇다고 봉으로 보는건 아니지 않나? 아무튼,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사고 싶지, '신제품'을 사고 싶진 않다. 제발, 경쟁에 눈이 팔려 소비자의 소리에 귀를 무시한 신제품들이 우릴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