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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커피전문점 마케팅] '우리 빵 뷔페 가지 않을래?'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3가지 유형의 인물소개)

 

* 좋은 아빠, 50대 남성 박씨.

 박씨에게는 고민거리가 있다. 대학생이 된 두 딸과의 대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박씨 나름으로는 딸들과의 시간을 좀 더 갖고자 이런 저런 노력을 해보았으나 잘 먹히지 않고 있다. 박씨에게는 중년부부와 젊은 자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카페에서 수다 떨기 좋아하는 이씨.

 대학생인 이씨는 주말이 되면 동네친구들을 만나 커피한잔을 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이씨는 동네에 있는 커피전문점들 중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이다. 특정 커피 전문점의 특정 커피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씨의 경우 카페들은 가격이나 맛, 분위기 면에서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씨는 그날 기분에 따라 그날 갈 카페를 결정하고 있다.


 교통 체증이 싫은 직장인. 정씨.

 정씨의 출근시간은 9시 이지만, 정씨는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선다. 출근시간의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정씨가 회사에 도착하면 출근시간인 9시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 정씨는 이 남는 시간을 일찍 출근하느라 거르고 있는 아침식사 하는 데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커피전문점이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는 이들이 커피전문점을 이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강남구 커피전문점 T의 사례 -

 




  T는 청담동과 역삼동에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두 곳 모두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빌딩가의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유기농'을 내세우는 T에서는 커피 뿐만 아니라 빵, 아이스크림 등 에도 유기농을 적용하여 '유기농 커피', ‘유기농 베이커리’, ‘유기농 아이스크림’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T가 자리 잡고 있는 강남역(역삼동)과 청담동은 모두 젊은이들이 몰리는 대표적 번화가이며,  회사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다. 입지요건상 중, 장년층 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유동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T의 유기농 아이템들은 그 자체로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주부 또는 중,장년층에 비해 젊은이들은 웰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즉, 젊은 고객들이 유기농 때문에 다른 커피전문점들을 제쳐두고 T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T는 유기농 아이템들을 과연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사실 T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개인적으로 T를 알게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빵 뷔페’이다. T에서는 매일 아침시간에,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이 커피값에 500원을 추가하면 유기농 빵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빵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아침시간에 T를 찾으면 몇가지 종류의 빵과 잼, 버터 등이 뷔페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빵 뷔페가 T에서 유기농 아이템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빵 뷔페'. 
 T는 매우 교과서적인 원리 몇가지를 유기농에 접목하여 이용하고 있다. 바로 빵과 커피의 묶어팔기 및 가격차별이 그것이다.
사실 빵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빵뷔페 임에도 고객에게 추가로 받는 금액이 500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의외이다. 원래부터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던 고객 입장에서 보자면 500원에 무한대의 빵이 제공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T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는 그리 낮은 금액이 아니다. T는 빵뷔페를 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빵만 먹어도 상관없고 커피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사람들을 커피전문점으로 유인할 수 있다. T입장에서는 오히려 빵만을 구입하던 사람들에게 커피까지 파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T에서 아침시간에 한정하여 빵뷔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가격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시간에는 커피한잔 가격에 500원 만을 추가하면 빵을 먹을 수 있는 반면 아침 이후 시간에 빵을 먹기 위해서는 더 비싼 가격을 주고 빵을 하나씩 구입해야 한다. 이는 빵의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데,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빵 뷔페를 이용하는 것이 빵 값으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는 기존에 커피전문점에서 빵을 안 사던 사람들 중에서 빵을 사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빵뷔페란 묶어팔기와 가격차별을 통해 빵만 사던 손님에게 커피를 팔고, 커피만 사던 손님에게 빵을 파는 것이 되며 여기에 유기농 아이템을 결합시킨 것이 T의 빵뷔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빵뷔페의 효과는 놀랍다. 우선 빵뷔페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여 고객 범위를 확장시켰다. 주말 오전시간에 T를 찾으면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매우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중장년층 부모와 청년층 자녀들이 함께 빵과 커피를 먹으며 일요일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확인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커피전문점에서 커플, 친구들 외에 가족단위의 손님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T에서는 가족단위의 손님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주중에는 출근하기 전 커피와 아침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 손님들을 볼 수 있다. 거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커피전문점 방문이 그리 잦지 않은 주변 회사의 직장인들을 고객으로 포섭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결과 빵뷔페는 손님이 드문 이른 아침시간대에 만석에 가깝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을 가능케 한다.  

 웰빙 및 유기농이라는 트랜드, 묶어팔기, 가격차별, 그리고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요건 등의 요소가 한데 어울어진 결과 이 글의 맨 앞 부부분에 언급한 박씨, 이씨, 정씨 등의 고객들은 T에서 큰 효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빵뷔페를 운영하는 T는 다른 커피전문점들을 제쳐두고라도 찾고 싶은 커피전문점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커피전문점 T가 넘쳐나는 커피전문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들의 충성도를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