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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한국폰의 자존심 VS. 일본폰의 텃세




매력적이지만 까다로운

일본의 휴대폰 단말기 시장은 한국 못지 않게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노키아, 모토롤라, 그리고 세계 2,3 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삼성, LG 조차 현지 기업의 텃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일본 시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 이례적으로 발달했다는 점, 디자인에 민감하고 변화가 빠르다는 점에서 '일류'기업이라면 자사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정복하고 싶은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단말기 시장를 양분하고 더 넓은 파이를 찾아 세계로 나아갔다면, 소니, 샤프 등 일본 기업은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도 오히려 내수시장 성장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 LG도 06년부터 진출, 08년에는 현지형 프라다폰, 햅틱 등을 출시하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 출시한 삼성 옴니아는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


kakaku.com랭킹. docomo통신사 단말기 랭킹 20위권에서 LG를 찾을 수 있다.


일본 휴대폰의 특징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해서 사용자가 휴대폰에서 이메일이나 인터넷 정보 검색, 컨텐츠 다운로드 등 간단한 노트북의 기능까지 수행한다는 점이다. 한자와 히라가나를 섞어서 쓰는 언어의 특성 상 일본어, 영어 단어 자동완성 기능도 필수적이다. 한편, 삼성, LG 폰은 영단어 자동완성 기능이나 블루투스 등 사용자 밀착적인 기능이 부족하다던가, 한국 브랜드라 일본 브랜드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사용자 리뷰가 많다. 기능은 무난하고 하이스펙폰 치고는 중간 가격이라는 점 이외에 큰 매력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일본 사용자들에게는 '글로벌 TOP3≠일본 TOP3'인지 오래이기 때문에 '세계의 삼성, LG'라는 표어로 홍보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없다. 


이처럼 폐쇄적인 시장인 만큼, 무난한 제품보다는 확실한 매력포인트를 갖춘 제품으로 한 번에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과거 모토롤라의 레이저폰,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실직자를 대상으로한 재구매 프로그램 등의 사례를 보아도, 어중간한 몇 걸음보다 한 번의 큰 충격이 임계점이 되어 높아만 보이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터닝포인트? 어디서?

삼성, LG와 같은 유수의 기업들이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진할까? 프라다폰이나 햅틱이 정말 그저 그런 제품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삼성, LG도 한국에서 디자인, 기능에서 우수하다고 보증받은 제품을 일본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사용 환경과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니즈, 원츠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국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제품이 일본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고, 실제 반응 또한 그랬다. 일본에서 개발된 모델 또한 현지 환경에 맞춰 출시했지만 일본 기업의 텃세에 눌려 성공적이지 못하다. 단지 현지 기업들을 따라서 소비자들이 필요할만한 기능들을 탑재해 판매하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기술력으로는 근접할 수 있어도 브랜드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 개발에 앞서 현지 사용자의 구매, 사용 습관과 트랜드를 더욱 심도있게 연구하고, 현지 기업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할부 조건이 까다롭거나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다는 점에 착안하여, 할부나 다른 지불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일본 시장에 진출해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삼성이나 LG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임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알려야 한다. 참고로 이번 LG JAPAN 광고가 '일본을 연구한 제품'이라는 점을 어필하는 좋은 사례라는 생각에 올려본다.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LG JAPAN의 광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아오이유우가 'LG JAPAN'이란 이름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 여기(프랑스) LG 폰이 많네~
- 근데 LG JAPAN MODEL (LG일본 모델)도 만들고 있잖아?
- LG JAPAN MODEL?
- 일본을 연구해서 만든거래. 너희나라 얘긴데 몰랐어? 귀엽던데 ... (대략 이런 이야기)

아오이 유우 촬영 현장을 더 보고 싶으면 LG 블로그 가기
참고기사: 한국 휴대폰3사 일본 열도 공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