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業종별 마케팅 UP전략’ 시리즈의 두 번째 연재를 맞아 준비한 내용은 프로 스포츠 산업의 UP전략입니다. 지난 달 다루었던 ‘LCC 산업’과 같이 흥미롭고 성장성 높은 산업군을 찾던 중 이번 주제는 스포츠산업, 그중에서도 국내 프로야구단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김치볼과 슈퍼볼
김치볼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못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슈퍼볼’은 들어보셨나요? 아마 거의 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러분이 아시듯 ‘슈퍼볼’은 매년 열리는 미국의 미식축구의 결승전을 의미합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광고비와 엄청난 고용창출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김치볼’은 사실 국내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결승전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사용된 용어임에도 인지도가 낮고 흥행성도 떨어지지요. 저희는 ‘김치볼’을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산업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감히 정의 내려 봅니다. 물론 미식축구라는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와 미국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등을 살펴보아도 국내 프로 스포츠의 규모는 주변 국가들에 비해 아직 초라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지난 해 프로야구 600만 관중 돌파에서 볼 수 있듯 프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 고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 여가시간의 증대 등을 비추어 봤을 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프로 스포츠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블루오션인 프로 스포츠 산업, 그 중에서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국내 프로 스포츠 산업의 한계점과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프로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프로 스포츠의 존재이유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는 왜 생겼을까요? 프로 스포츠의 태생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기업의 홍보를 위해 탄생하였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도 한신, 세이부 등 재개발지에 많은 사람을 입주시키기 위한 철도회사의 선전도구로 탄생하였습니다. 기존의 기업 홍보 성격은 80년대 후반 이후 여가생활의 증대로 인해 구단의 목적은 수익 창출로 바뀌었습니다. 스포츠를 이용하여 돈을 벌자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논리로 바뀐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정책으로 프로야구가 출범하였지만 역시 MBC, 삼미 등 기업 선전도구로 프로야구가 사용되었습니다. 문제는 90년대, 2000년대 들어서 일반인들의 소득 증가와 여가시간 증대로 인해 높아진 관중의 수준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의 서비스 품질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기업은 프로구단을 기업 선전도구 그 이상으로 보지 않고 적자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프로구단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수익구조를 보면 1년 예산이 정해진 범위 아래 구단에서 50억을 벌면 기업에서 150억을 후원해주고 구단에서 100억을 벌면 100억을 후원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의 동기부여가 작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다
하지만 600만 관중을 넘어 700만 관중까지 목표로 하는 프로야구의 시장 크기를 보았을 때 이러한 안일한 수익구조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프로 스포츠 산업은 커져가는 고객의 수요와 요구에 반응하고 변화해야 하는 한편, 이와 함께 스포츠산업의 규모에 걸맞은 비즈니스모델을 재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각 구단의 운영진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파악하였는지 프로야구 수익구조의 틀은 미묘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야구단의 이장석 대표가 지난 해 프로야구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고 공언했듯이 20년간 굳건하게 유지된 선전도구로서의 프로야구 존재 이유 구조가 비로소 수익창출 구조로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의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성공하였지만 그것만으로 국내 프로야구 시장의 지속적 성장이 보장된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탄탄한 모델을 구축하느냐가 새로운 문제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설계하기 이전에 우리는 우리와 인구수, 지리적 위치, 문화 등이 어느 정도 유사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그 길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 100만의 센다이의 라쿠텐 골든이글스부터 인구 1000만의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츠까지 12개의 프로구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5개 대도시에 8개의 구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인구 100만 도시인 센다이입니다. 센다이는 일본에서 열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우리나라의 성남, 수원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도시입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프로구단들이 적자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점에서라면 인구 100만의 도시 센다이에서 과연 수익 창출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4년 센다이에 연고를 두고 탄생한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홈 관중 12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라쿠텐의 성공은 국내 프로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부산 롯데를 제외하고는 연고지에 아직 확고하게 자리 잡아 수익을 창출하는 구단은 사실상 없는 국내 상황에서 센다이의 라쿠텐 사례는 지역밀착형 마케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밀착형 마케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비슷한 예로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에 자리 잡았던 4개의 구
단 중 현재 살아남은 한신 타이거즈를 들 수 있습니다. 한신은 오사카 지역에 가장 먼저 뿌리박고 지역밀착형 구단운영을 시작한 구단이었습니다. 현재 한신은 오사카의 수많은 가게들에게 대형 한신 타이거즈 로고를 부착할 수 있는 권리를 팔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기왕이면 이 로고가 부착된 가게를 이용하고 경기를 관람하며 맥주를 마시기도 하는 등 야구단과 오사카 주민들이 하나가 되는 성공적인 모델이 구축되었습니다. 센다이 라쿠텐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신 타이거즈 역시 연고지에서 거둔 성공이 구단의 생존을 좌우한 대표적인 사례인 것입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지역밀착형 마케팅이란?
국내 프로야구에도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추구하는 구단이 있습니다. 바로 인천 SK 입니다. 2000년 뒤늦게 인천에 연고를 두고 출범한 인천 SK는 인천시민을 위한 각종 마케팅과 혜택을 진행하며 구단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구장 내에 인천의 명물 음식점 ‘신포 닭강정’을 입점 시키고 ‘남동 구민의 날’ 등 인천시민을 위한 이벤트 등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진행하였습니다. 프로야구에서 소외받은 인천시민들에게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며 연고지를 중심으로 구단의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천 SK는 2007,2008,2009 3년 연속 인천 구단 최다관중수를 경신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동안 적자와 최하위권, 비인기구단이었던 인천 SK는 2007, 2008년 2년 연속 우승도 차지하고 많은 골수팬들을 양산하는 등 지역밀착형 마케팅의 결실을 비로소 맺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그 반대의 사례 역시 있습니다. 현재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 구 단인 현대 유니콘스를 들 수 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는 연고지를 인천, 수원, 서울 순으로 연고 이동을 자주 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대 유니콘스는 2000년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하위의 관중수를 보이고 연고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비인기 구단은 IMF로 인한 재정악화와 맞물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만약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이나 수원에서 연고지 정착을 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마케팅에 힘썼다면 그 훌륭한 성적과 맞물려 현재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산업에서 볼 수 있는 지역밀착형 마케팅
지역밀착형 마케팅의 성공사례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일본 프로야구에 있어서도 지역밀착형 마케팅은 이제 막 뿌리내린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시장보다는 훨씬 낫다고는 하지만 일본 역시 흑자를 내는 구단은 한신, 요미우리 등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몇몇 구단에 그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야 막 가능성을 보여준 센다이 라쿠텐이나 세이부 라이온스를 평가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상조입니다.
지역밀착형 마케팅이 과연 국내 프로야구의 길이라는 고민을 하던 중 국내외 축제들을 살펴본 결과 어느 정도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삿포로 눈축제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수많은 국제 영화제가 실패한 시점에서 부산 국제 영화제는 부산이라는 해안 도시의 특성을 강조하고 부산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태어난 가운데 현재 세계적인 규모의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삿포로 눈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의 도시인 지역 특성을 이용하며 지역 주민들의 전통적인 축제의식에 기업들의 후원이 결합한 결과 삿포로 눈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두 축제를 진행하는 가운데 지역민들을 배제하고 기업들의 홍보와 투자만 있었더라면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듭니다.
프로야구, 결론은 지역밀착형 마케팅이다
결국 국내 프로야구의 성공 전략은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잘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구단, 국내구단의 성공사례는 물론이고 역사적으로도 연고지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군주는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고려를 세운 왕건 역시 전남의 나주를 중심세력으로 삼고 통일을 이루었지요. 비록 지역밀착형 마케팅에서 시작해서 지역밀착형 마케팅으로 끝난 연재가 되었지만 결론은 역시 국내 프로야구의 장기적인 성공은 지역밀착형 마케팅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1)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03550
(2)동아일보블로그 sports.donga.com/3//20090419/2147483647/88
(3)조선일보블로그 reporter.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7697&menuld=312178&listType=3
(4)티스토리블로그 vitbomsol.tistory.com/archive/200909
(5)중앙일보블로그 isblog.joins.com/jk7111/79
(6)데일리안 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84294&page=&code
(7)환경경찰신문 www.cleankorea.or.kr/ylife/print.php?pid=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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