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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1년

패션업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슬로우 패션


 

 

패스트푸드 만큼 나쁜 패스트패션!

ZARA, H&M, 유니클로. 이 브랜드들을 보고 드는 느낌은 아무래도 저렴하다이다. 실제로, 글로벌 SPA브랜드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패션 산업에서 SPA브랜드들이 선도하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싼 가격에 많은 옷들을 구매하고, 짧은 유행 주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은 이런 SPA브랜드에 환호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의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수많은 잔재들이 남아 있듯이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낮은 가격에 대량의 제품을 공급하는 패스트 패션의 특징 상, 옷에 사용되는 소재의 퀄리티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심지어는 새옷 증후군까지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낮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노동력을 취해야 했고, 이들 지역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초과업무에 시달리며 일을 해야만 했다. 환경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패스트 패션의 특성 상, 일년 혹은 한 계절만 입고 버리는 옷이 태반이기 때문에, 버려지는 옷들을 소각하고, 폐기하는 차원에서 다이옥신 이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이 발생하여 심각한 오염을 야기시켰다.

 

 

슬로우패션, 느림의 미학

이러한 패스트패션의 문제점 때문에, 현재 패션계는 덜 사고, 골라 사고, 돌려 입는이른 바 슬로우 패션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일본, 홍콩, 영국, 대만 등지에서는 수많은 쇼퍼들이 가방을 사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섰으며, 심지어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무장 경찰이 동원되기까지 했다. 이들이 사려한 것이 럭셔리 하우스의 리미티드 에디션이었을까? 아니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바로 일개 장바구니었다. 애냐 힌드마치라는 영국의 디자이너가 친환경을 모토로 내놓은 이 캔버스 백은 순식간에 전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럼 이 백에 대단한 디자인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오직 ‘I’m Not A Plastic Bag’이라는 문구가 있을 뿐이다.

 

 I’m Not A Plastic Bag

 

이것은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소비자 측에서 친환경적인 슬로우 패션에 대한 요구가 급증했다. 이에 수많은 패션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슬로우 패션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친환경 라인을 런칭하였다. 스텔라 맥카트니, 린다 루더밀크, 캐서린 햄넷 등은 오가닉(organic)컬렉션을 통해 친환경 소재의 옷들을 내놓았고, 기존의 패스트 패션을 표방하던 SPA 브랜드들도 오가닉 소재의 옷들을 통해 친환경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오가닉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폐의류, 폐자재 등을 활용하는 재활용도 슬로우 패션에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와 더불어서 빈티지 샵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유행주기가 비교적 짧은 fad fashion보다는 classic을 지향하는 수많은 빈티지 샵들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고급화두 마리 토끼를 모두 가져다 주었으며, 패스트패션과는 달리 비교적 길고 긴 세월의 스토리를 가진 의류를 판매한다.

 

슬로우 패션을 넘어서 슬로우 라이프스타일!  에코파티 메아리

슬로우 패션이 나아갈 길을 총체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기업으로 에코파티 메아리를 들 수 있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재활용품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는데, 현수막을 투 포켓 가방으로, 청바지를 데님 가방으로, 소파 가죽을 여권케이스 혹은 지갑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내놓는 등 참신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단순히 재활용품을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식의 친환경 이미지를 넘어서 미니멀리즘을 그들의 컨셉으로 삼아, 합리적인 가격과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신선한 느낌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친환경 이미지로 긍정적인 소비자 정서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여 유행을 타지 않고, 깔끔하며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굉장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슬로우 패션이 단순히 유기농 섬유 사용이나 재활용과 같은 친환경을 넘어서, 디자인 측면도 굉장히 중요함을 보여준다. 기존의 패스트 패션이 그 때마다의 트렌드에 맞춘 옷들을 내놓는 반면, 슬로우패션 브랜드들은 클래식하고, 유행을 거의 타지 않는 디자인의 옷을 내놓는 것이다. 또한, 에코파티 메아리는 단순히 의류를 통한 슬로우 패션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바자회를 개최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박람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활동을 통하여 그들의 정체성을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기때문에, 소비자들은 에코파티 메아리가 어떠한 회사이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를 좀 더 제대로 알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에코파티 메아리는 원자재인 재활용품을 일반인들에게 기부 받고, 일반인들이 그들과 함께 자원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한다. 이를 통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좀 더 친숙해지고, 단순한 제품 구매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에코파티 메아리가 추구하는 사업에 동참할 수 있다. , 단순히 슬로우 패션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총체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에코파티메아리

 

 

단순한 대안을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

슬로우 패션은 아직은 일반적으로 패스트 패션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재활용품 활용을 중점으로 하거나 유기농 섬유 사용만을 고집하는 대기업은 패션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아직은 틈새시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잠시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냐 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이러한 회의론을 넘어서, 슬로우 패션이 단순한 대안이 아닌 확고한 기반을 다지려면 에코파티 메아리의 예에서처럼, 패션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가 필요하다. 단순히 패션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접근하여 그들의 의식 자체를 느림친환경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가격이나 유행 이상의 가치에 흥미를 가지고 유인되어야 슬로우 패션 혹은 더 나아가서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이 유지가 될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친환경이 전 세계적인 이슈일뿐더러, 요즘의 라이프 스타일 역시 클래식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여 슬로우 패션이 앞으로의 행보를 이어나간다면, 곧 명동에서도 자라나 H&M, 유니클로가 아니라 에코파티 메아리와 같은 브랜드들의 플래그쉽 스토어를 만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