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양의 정보와 엄청난 다양성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요즘. 이 혼란스러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해야만 한다. 톡톡 튀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만 한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면, 그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기업들은 기존의 평범하고 식상한 마케팅보다는 좀 더 독특하고 특이한 방식을 고안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남들보다 튈 수 있을까?' 하는 끊임없는 아이디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 싸움의 결과로 각종 이색적인 마케팅이 곳곳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 기존 상식의 틀을 깨라!
이색적인 마케팅에도 여러 가지 기법과 방식이 있는데, 대부분이 일단은 기존 상식의 틀을 깨는 것이 많다. 그 한 가지 예로 "구정물 자판기"를 들 수 있겠다. 구정물 자판기는 강남역 6번출구에 설치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1000원을 넣으면 500ml짜리 페트병에 담긴 구정물을 뽑을 수 있다.
보통 자판기라고 하면 음료수나 과자, 티슈 등 먹을 수 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팔게 마련인데, 도대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구정물을 왜 돈 주고 사라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식수문제로 고생하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구정물 자판기는 대우증권과 유니세프가 함께 준비한 이벤트인데, 사람들이 1000원을 넣고 구정물을 뽑을 때마다 대우증권이 9000원을 보태 총 만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만원이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1년 동안 식수를 마실 수 있는 돈이라고 하니, 이색적이면서도 참으로 바람직한 마케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상식의 틀을 깨는 이색마케팅의 예는 이뿐만이 아니다. 옷가게에 들어갔는데 옷도, 마네킹도, 상표도, 모든 것이 거꾸로 디스플레이 되어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유명상표인 GAP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지나가는 손님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아끌었다. 저 가게에서 쇼핑을 하다보면 마네킹이 거꾸로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꾸로 천장에 붙어서 걸아다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것 같다.
이렇듯 이색마케팅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충격과 놀라움을 주고, 그로 인해 그들의 관심을 끌어 자신의 상품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를 준다.
2.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해라!
대부분의 광고들, 즉 TV나 라디오, 잡지, 전단지, 포스터 등은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한다. 그저 거기에 있는 정보들을 소비자들이 보거나 듣는 등의 방식으로 접할 수만 있을 뿐, 거기서 무엇을 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직접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광고라면? 보거나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안에 풍덩 빠져들 수 있다면? 아마 기업의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마케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곧 개봉하는 영화들 중에 이번 달 9일부터 선보이는 "베리드(Buried)"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눈을 뜨며 땅 속 6피트(약 2미터) 밑에 자신이 생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려는 영화이다.
영화 베리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고편이 끝나고 나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는 란이 나오는데, 그것을 적고 나면 실제로 자신의 휴대폰으로 라이언 레이놀즈로부터 구조요청 전화가 온다. 그 전화를 받고 나면 거기에 맞는 예고편을 한 편 보게 되고, 그 뒤에 이벤트에 응모를 할 수 있는 식이다. 이와 비슷하게 레이놀즈를 위한 구조요청 메시지를 작성하여 보내는 이벤트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으로 그 사이트를 방문하게끔 하고, 이로써 더 큰 영화 홍보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수동적으로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 영화 속의 인물들 중 한 명처럼 느껴지게 하는 효과를 줌으로써 더 흥미로운 기분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은 바로 우리나라의 서울, 명동에서도 이루어졌는데, 바로 "핑크걸 퍼레이드"라는 것이었다. 금발머리에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핑크색 구두, 핑크색 쇼핑백까지 든 몸매좋은 여성들이,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단체로 명동 거리 한 가운데 출현한 것이다. 이 핑크걸 퍼레이드는 인터넷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돌아다니면서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대관절 이 퍼레이드가 무엇인고, 하니 그것은 바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홍보하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전광판이나 TV로 보는 예고편이 아닌 실제 금발미녀들이 돌아다니면서 홍보를 하니, 보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인 엘르 우즈가 걸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더 이상 소비자를 정보를 받기만 하는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홍보 행사나 이벤트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마케팅 방식은 더욱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색적인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3. Always Successful?
그렇다면 이렇게 독특하고 신선한 이색마케팅 방식들이 항상 성공하기만 것일까? 물론 대답은 "NO"이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모든 방법들이 그렇듯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없다. 성공적인 이색마케팅을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소비자들과의 코드(Code)가 맞아야 한다.
무작정 새롭기만 하다고 좋은 이색마케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모한 시도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이 아닌 당혹감과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것이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할 때에는 항상 이런 부분을 조심하면서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소비자들과의 코드를 맞추지 못해 실패한 이색마케팅의 예로는 90년대에 롯데리아에서 출시한 신제품, 우엉버거가 있다. 새롭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떤 소비자도 그것이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결과적으로 우엉버거는 판매 저조로 얼마 못 가 제품라인에서 내리게 되었다.
둘째, 새로운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새롭다"는 것은 항상 어떤 것이 처음일 때에만 사용되는 단어이다. 다르게 말하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색적인 마케팅도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그 방법을 너도나도 사용하게 된다면 소비자들도 금세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 예로 룸카페(room cafe)를 들 수 있는데, 한 공간에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인 일반 커피샵과는 달리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친구들이나 연인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처음에는 굉장한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수십 개의 다른 룸카페들이 생겨나자 곧 그것도 식상해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그다지 특별하다거나 신기한 장소는 아니게 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색마케팅을 추진할 때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고민해야만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셋째,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이색적인 마케팅은 평범하고 간단한 다른 마케팅 방법들처럼 매번, 그리고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일단 새로운 것인 만큼 애초에 생각해내는 것부터 힘들뿐만 아니라, 모험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리스트(risk)가 커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폭삭 망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이 이런 점에서 이색마케팅에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신중하게 시장을 고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색마케팅이다.
이렇듯 이색적인 마케팅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을지 몰라도, 마케터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효과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요즘같이 무한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작정 던지고 보는 시도가 아니라 정말로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 기업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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