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포장된, 럭키박스 마케팅
V.I.B. 이윤지
럭키박스 마케팅이란?
일본 소비자들은 연초에 기대를 안고 백화점을 방문한다. 백화점에서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소비자들이 모르는 상태로 후쿠부쿠로(복주머니)를 판매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존재한 행사로서, 무엇을 고르든 기본 구입 가격에 상응하는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운이 좋으면 훨씬 고가의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 럭키박스 마케팅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럭키백 또는 랜덤박스를 활용한 이벤트가 이용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솔깃하게 하는 럭키박스 마케팅은 다양한 가격과 종류의 제품들을 무작위로 박스에 담아 소비자가 내부 제품을 모르는 상태로 판매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랜덤박스 마케팅이나 럭키백 마케팅으로 불리기도 하는 럭키박스 마케팅은 특히 식음료나 화장품처럼 유통 주기가 짧거나 유행을 타는 산업군에 자주 활용된다. 이렇듯 럭키박스 마케팅은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이익을 보거나 평소 원하던 초고가 또는 한정판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어떤 제품을 받을지 모른다는 호기심을 이용해 고객의 호응을 유도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럭키박스 마케팅을 왜 진행하는 것일까? 사실상 홍보와 재고 정리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제품의 할인은 기존 구매 고객에게 반감을 살 수 있지만, ‘럭키박스’ 마케팅은 가격을 낮춰 팔고도 이와 같은 논쟁을 피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렴하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브랜드 홍보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1. 스타벅스 럭키백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럭키박스 마케팅의 사례로는 스타벅스의 럭키백이 있다. 스타벅스는 2007년부터 럭키백을 판매하였는데, 이는 머그컵, 인기 텀블러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된다. 1인 1개 한정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최대 판매 가격의 세 배가 되는 상당의 상품이 들어있고 운이 좋으면 무료 음료권도 추가로 제공된다.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스타벅스 마니아들은 이 박스가 한정판이라는 점과 박스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모른다는 짜릿함에 끌려 매년 출근길에 스타벅스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곤 한다.
2. 애플의 럭키백
또 다른 사례로는 애플의 럭키백 이벤트가 있다.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진행된 이 이벤트에서는 3만원을 내고 최대 100만원부터 최소 3만원짜리 상품까지를 무작위로 받아볼 수 있는 행운의 가방을 판매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해당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눈보라 속에서도 노숙하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소비자들의 사진이 SNS를 달굴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는데 이는 뽑을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대의 상품이 아이팟 터치일 정도로 상품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재고처리를 위한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행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애플 소비자들은 당첨 상품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쯤은 감수한 채 밤샘 기다림을 자처했다.
3. 미미박스
랜덤박스 마케팅이 일반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고 지지기반이 탄탄한 기업에 의해 많이 활용된다면, 그의 반례로는 미미박스가 있다. 미미박스는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업체로서, 박스의 판매가 아니라 잡지의 구독지를 늘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는 하지만, 구독 신청을 하면 매달 한 번씩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으로 구성된 박스를 제공한다. 수시로 ‘럭키 미미박스’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럭키 미미박스가 경제적이면서도 트렌드를 갖춘 화장품 세트로 구성된다고 알려짐에 따라 점차 고객층을 쌓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2014년에 진행된 ‘럭키 미미박스 시즌 3’에서는 13종의 럭키박스 중 1가지를 균일가에 제공했는데, 최대 108만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로 구성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4. 인터파크 공연 럭키백
3만원에 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싸이 콘서트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군들 솔깃하지 않을까. 소비재가 아닌 산업군에서 럭키박스 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로는 인터파크의 ‘공연 럭키백’이 있다. 인터파크에서 진행한 ‘열려라, 행운의 럭키백’은 연말 시즌을 맞이해 인기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 상품을 3만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이벤트이다. 최대 100만원 상당의 뮤지컬 관람권부터 최소 4만원 상당의 상품 중 1개의 상품을 랜덤으로 받을 수 있어 시작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계점
이렇듯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는 매력 있는 마케팅이지만, 랜덤 박스 마케팅에도 역시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가장 큰 한계점으로는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반짝 끄는 특성상 화제성과 인지도를 확보하기에는 용이하지만 거기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럭키박스 속 상품이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못 미칠 경우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어떤 제품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는 가능성으로 높아진 기대는 충족되지 않을 경우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럭키박스 마케팅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제품 구성이 랜덤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일부 기업들은 어떤 제품을 받을지는 ‘운’이라는 사실과 한 번 박스를 개봉하면 교환, 환불이 안 된다는 점을 이용해 가격에 비해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으로 내용물을 채우기도 한다. 실제로, 한 쇼핑몰에서 럭키박스를 통해 시계를 샀는데, 녹차 얼굴팩과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저가 시계를 받았다는 불만을 털어놓는 SNS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럭키박스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략은 조금씩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로또와 같은 큰 행운에 사람들이 눈을 돌렸다면, 오늘날의 소비자는 일확천금을 바라기보다는 소소한 것에 소비하고 작은 행운에 가치를 둔다. 이러한 ‘작은 사치’ 소비 트랜드로 최근에는 ‘인형뽑기’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향과 발맞추어 럭키백 마케팅도 현실적이고 소박하면서도 소비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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