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rketing Review/2009년

아이리스와 스타일, 그리고 PPL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타고 다니는 차는 뭐지? <스타일>에서 김혜수가 메고 나왔던 가방은 어디 제품? <찬란한 유산>의 설렁탕 집은 어디일까?


이렇게 한번쯤 영화나 TV 속에 등장한 제품이나 브랜드를 눈 여겨 본 적이 있다면, 혹은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면 당신도 바로 PPL에 노출되었다는 이야기이다.

 

PPL이란 Products Placement의 줄임말로 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 영화나 드라마 등과 같은 영상매체에 특정 제품을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PPL은 광고라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의 이미지를 심는다는 의미에서 간접광고라고도 불린다. 이를 통해 회사 측에서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들은 협찬금이나 협찬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 헐리우드로부터 유행된 PPL은 주로 영화 제작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에서 m&m 초콜릿은 영화 개봉 3개월 만에 매출이 66%나 증가해 PPL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후 PPL은 기업의 적극적인 마케팅 방식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영화뿐만 아니라 TV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시청률 30%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에는 이러한 PPL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이 드라마의 국내 촬영에 총 19대의 차량을 제공했고, 헝가리 현지 촬영 때에도 현지법인을 통해 7대의 차량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병헌의 차 ‘K7’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특별 제작으로 드라마에 먼저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쥬얼리 브랜드 마코스 아다마스의 제품, 이병헌의 십자가 목걸이와 정준호가 구입한 왕관 목걸이는 방송 직후 완판 되었다.




 

이러한 PPL의 성공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두 여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본죽의 경우 40% 성장세를 보였고, <찬란한 유산>에 잠시 등장했던 스무디킹의 경우 매출 30%가 증가하여 총 4억 원의 광고 효과를 보았다. 얼마 전 종영된 <아가씨를 부탁해>에 등장한 삼일제약의 인공눈물 제품 아이투오1년 동안 3만 명에 불관했던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드라마 노출 이후 약 2개월 동안 13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PPL은 드라마나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시청자들이 광고를 볼 때에 느끼던 심리적 거부감과 불신을 불식시키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때에 큰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노골적이거나 억지스럽게 등장할 때에는 시청자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전지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던 상품들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잡지사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스타일>‘1시간짜리 광고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제는 제품 뿐 만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PPL하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 제작에 청주시는 5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며 대신 청주 시내와 외곽을 드라마에 소개하기도 계약했다. 이 같은 시도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처럼 도시 자체의 PPL이 부상하고 있다.
가평군은 <아이리스>에 자라섬을 소개시키는 조건으로 드라마 제작에 9 4600만원을 지원하며, 자라섬을 2의 남이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경상북도 경주는 <선덕여왕>의 제작에 10억원을 지원하여 2010년부터 15개국 19개사에 수출돼 본격적으로 방영될 예정인 드라마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방송법 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PPL을 인정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간접광고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5%를 넘지 않아야 하며, 노출되는 상표 및 로고 등의 상품 및 서비스를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의 일체가 화면의 1/4 크기를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오락, 드라마, 교양 분야에 한하여 가능하며, 대사를 통한 상품의 직·간접적 언급도 금지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방송 제작과 기업의 마케팅에 있어 PPL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