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데 탐앤탐스가서 밀키스랑 파워에이드 좀 마시자’
탐앤탐스에서 밀키스와 파워에이드를 살 수 있을까? 탐앤탐스 라면 커피와 프렛즐 판매하는 커피전문 체인점이지만, 밀키스와 파워에이드를 살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에 자리잡고 있는 탐앤탐스가 바로 그곳이다. 사실 여기에서는 밀키스, 파워에이드 뿐 아니라 포카리스웨트, 17차, 쥬스, 생수, 아침햇살 등등 슈퍼마켓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음료수들을 대부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곳에서는 기존 메뉴인 커피와 프렛즐도 판매한다.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탐앤탐스 ->
한편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건물 1층에만 총 7개의 중소 서점들이 존재한다. 바로 아래 지하 1층에 면적 1300평 보유장서 80만권에 달하는 초대형 서점 영풍문고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독특한 광경이다. 기업형 서점들이 대형화하면서 중소서점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심지어는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지식유통의 독점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초대형 서점 주변 몇 십초, 또는 몇 분 거리에 중소 서점들이 즐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왼쪽)과호남선(오른쪽)을 합하면 1층에만 총 7개의 중소 서점들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속버스터미널을 낀 대로변에는 지하도 입구마다 한 두개씩의 상설 가판대가 들어서 있어 이를 모두 합치면 총 10개가 운영되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에는 신세계백화점 슈퍼마켓이 영업중이고, 도보로 5분거리에 할인마켓이 2개, 대형할인점이 1개가 영업중이며 편의점들도 다수 존재한다. 고속버스터미널 건물내에 즐비한 가판들을 제외하고 건물 밖에 있는 상설가판대의 수만 10개인 것을 보면 가판대들이 망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 신기해 보일 정도 이다.
탐앤탐스의 사례, 중소서점의 사례, 가판대의 사례를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역전시장의 '즉흥성'이다.
이러한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고속버스터미널에 형성된 시장을 '역전시장'으로 정의하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역전시장의 주요 고객들은 여행객이기 때문에 터미널과 그 주변지역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여행객들은 일정이 버스시간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다. 이들은 터미널의 상권에 대한 비교를 할 만한 정보나 시간이 없다. 이들은 역전시장의 상품이나 상점에 대해 큰 신뢰감이나 기대를 형성하고 있지 않으며 이들의 구매는 계획되어 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이 구입하는 상품은 저가, 일회성, 즉흥성, 저관여 등의 성격을 가진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눈에 보이는 상점에 가서 눈에 보이는 것을 구입하며, 이렇게 사도 부담없는 정도의 상품을 구입하게 된다.
이러한 여행객 소비자들의 즉흥적 소비에 맞추어 역전시장의 상점들은 과자, 음료수, 과일, 쇼핑백, 담배, 장난감, 로또, 분식 등등 카테로리 구분을 무색케 하는 상품들을 한꺼번에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카테고리 구분과 관련없이 구성된 상품군에서 전문적이거나 높은 가격대의 상품들은 찾아볼수 없다. 상품들의 가격은 저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고객들이 정보나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터미널 근처에 거대한 배후단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역전 시장에서는 이들을 주요 타겟으로 하지 않는다. 역전시장의 주요 타겟은 터미널을 이용하는 여행객이면서 즉흥적인 소비를 하는 고객이다. 역전시장은 여행객들이 즉흥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고객 유지전략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즉흥성으로 인해 역전시장에서는 고객유지전략이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도 역전시장의 특징 중 하나이다.
고객을 관리하고 유지하라??
역전시장 : 난 그런거 모름ㅋㅋ
앞서 제시한 탐앤탐스, 중소서점, 상설가판대의 사례는 모두 역전시장의 즉흥성이 발현되어 나타난 결과물들이다. (역전시장의 중소 상점들 스스로가 '우리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라고 인식하고있는지는 의문이지만) CRM또는 CEM이 중시되고 있는 추세에서 대놓고 즉흥적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역전시장의 사례는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즉흥적 소비의 비중이 크다거나 함에도 이를 고려치 못하고 CRM, CEM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장이 있다면 틈새시장을 발견할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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