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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포스트모던 마케팅, 고객이 왕이어선 안된다

< 고객이 왕이어선 안된다 - 포스트모던 마케팅 >

 

 '손님은 왕이다' 라는 문구는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다. 우리는 동네 구멍가게에서부터, 호화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문구들이 사용되고 있는걸 쉽게 볼 수 있으며, 구매와 소비를 하는 동안, 잘 교육받은 미소와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 이는 곧 소비로 이루어질 수 있다. 기존 마케팅의 유형 중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있는 고객중심의 마케팅 전략의 현 주소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마케팅이 있다. 바로 포스트모던 마케팅이다. 과연 어떤 의미일까?

 


 " 고객의 분노가 성공을 부른다" 는 부제의, 스티븐 브라운의 저서, 포스트모던 마케팅에서는 이 마케팅을 다음과 같은 말로 소개한다. 

" 이제는 고객에게 무조건 헌신하기 보다는 고객을 애태우게 기다리게 하며, 안달 나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고객은 지갑을 연다 " 언뜻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이 말에는 현재의, 즉 21세기의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녹아들어 있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공급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에서 우리보다 다소 뒤진 중국과 인도의 값싼 인건비 덕택에 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은, 고객이 갖고 있는 왕의 위치는 당분간 변하지 안을 것이며, 기업간의 경쟁이 심화됨은 물론, 소비자를 위한 각종 법적 보호와,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강해질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미 왕의 지위에 선 고객들은 이미 스스로에게 부여된 직위, 그 이상을 요구하며 새로운 시장의 형성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들은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갈수록 영리해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명 한명의 소비자들이 마케터라 할만큼, 이미 마케팅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이른바 '장삿속'이 보인다치면 오히려 그에 반감을 갖고 한 푼 이라도 더 싸게,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만 총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이렇듯, 매우 교묘한 메시지의 전달 방식마저 간파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소비자들을 흔히 '마케팅반사'능력을 갖췄다고도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비싼 값을 매겨 집을 팔아치우던 분양시장의 경우에도, 주택과잉공급 현상에 의해 미분양 지역이 늘어나고 , 꼼꼼히 지역의 장래성까지 따져가면서 가격책정에까지 관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그들 중심의 시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리해진 소비자에게 '왕'이라는 인식을 주며 역으로 휘둘리기 보다는, 그들을 자극하고 또 자극하여 오히려 휘둘리게 할 수는 없을까 라는 의문이 중요해졌고, 그것이 소개하고자 하는 '포스트모던 마케팅'의 핵심이 된다.

 

 이러한 포스트모던 마케팅은 고객을 멀리할수록, 고객을 안달하게 만들수록 성공을 거둔다는 이념아래, 고객 지상주의의 모던 마케팅 패러다임을 멀리하고, 새로운 시대의 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즉, '마케티즈(MARKETEASE)'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스트모던 마케팅이 제시하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현 시대의 통념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영국 얼스터 대학 마케팅 리서치 분야 교수인 스티븐 브라운 교수는 이 이론을 제시함에 있어, 주류파 마케팅 석학들이 사용하는 차별화, 세분화, 표적화, 포지셔닝등의 현대의 마케팅 개념이 더는 쓸모가 없어질 것이며, 도표나 박스, 화살표 등을 통한 비주얼화된 데이터로서의 마케팅전략을 지양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트릭, 증폭, 희소성, 비밀, 즐거움을 핵심으로한 마케티즈(markeTEASE)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제부터는이 마케티즈의 TEASE, 이 준말을 풀어서, 각자 어떤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T는 트릭(trickery)이다.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여 기대치를 높여 사고 싶은 욕구를 증폭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말그대로 속임수인데, 미국의 대선후보로 까지 거론되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이러한 마케팅으로 떼돈을 벌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이름은 초고층 호화아파트의 상징이었으며, 품질 역시 보증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 점을 이용한 트럼프는 그가 개발하지 않은 무관한 건물들에도 그의 브랜드를 빌려주고, 투자자들을 속이는 마케팅을 구사하여 프리미엄 값에 팔아 넘겼다.

E는 희소성(Exclusivity)이다. 소위 명품, 프리미엄 전략이 여기에 속한다. 샤넬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심지어 샤넬은 최근, 높은 구매율을 보이는 공항 면세점에서까지 샤넬제품의 판매중단을 선언하며, 그들의 브랜드 희소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한정판매, 마감임박등의 문구들 역시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정판매를 노리고 오는 고객의 경우, 이미 스스로 왕이기를 포기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기업이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순간이 아닌가.

A는 증폭(Amplification)이다. 사전에 언론등을 통해 제품을 노출시켜 구매자들의 기대를 증폭시킨 후 판매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영화 개봉 이전에, 오락프로그램에 주연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지 안는가. 하지만 의도치 않은 노출이 의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는데, 설치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의 경우, 쓰레기로 착각되어 그의 작품이 버려진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그의 작품 가격이 엄청나게 치솟은 케이스이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종종 보이는 노이즈 마케팅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S는 비밀(Secrecy)이다. 제품에 신비감을 더해, 궁금증과 호기심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마케팅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톰 파커 대령은 프레슬리의 출연을 일부러 제한하고 반복적으로 활동을 중단시키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팬들을 감질나게 만들었고, 그의 사후 생존설은 생전보다 더 많은 앨범이 판매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태지가 떠오르는듯 하다.

E는 즐거움(Entertainment)이다. 소비자의 흥을 돋구는 사업은 주목받기 마련이다. 라스베가스는 도시 전체가 그러한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는가. 뻔뻔하고 터무니없는 상품화와 허풍스러운 장사꾼들이 판을 치는 라스베이거스는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즐거움의 제공에 충실하기 때문에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야기를 조금더 지금 이순간에 적용해보자. Apple inc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잘 나가지만, 결코 주류 마케팅의 이론들처럼, 상냥하거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거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질문하지 않는다. 짐짓 chic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요즘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나쁜남자와 같다. 차도남이다. 착한 순정남이 아니어서 더 궁금하고 관심이 간다. 허풍이나 과장같은 것들 까지도 당연히 갖추어야할 덕목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새로운 견해라고 보기에 우리 사회는 꽤나 오래 전부터 나쁜남자, 차도남의 매력을 암암리에 인정하는 분위기 였다. 이미 앞서 설명한  TEASE에서 과거의 많은 예들을 들지않았는가. Apple은 다만, 좀 더 전문적이고 좀더 체계와 전략을 가지고 포스트모던 마케팅으로 회귀했을 뿐이다. 그간 주요 이론들과 컨설턴트의 무거운 조언들로 인해 착해지고 상냥해지는 것만 생각하고 지쳐 있던 여러 기업들에게 이러한 마케팅계의 포스트 모더니즘은 해방감마저 느끼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한번 더 생각해보아야할 문제가 있다. TEASE는 모든 것이 그렇듯, 언제나 통하지 않는다는 것. 포스트 모던 마케팅을 지향하는 학자들은 TEASE와 같은 마케팅 기법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주는 것이 목적이지, 고객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즉 포스트모던 마케팅은 고객을 무시하고, 마케팅이 필요없다는 오만함이 아닌, 마케팅을 더 영리하게 마케팅하는 방법이어야만 제 기능을 할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떠한 방식으로 포스트모던 마케팅들이 전략화되어 승전보를 울릴지 지켜볼 일이다.